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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Welcoming City

박춘호

박춘호

예전에는 Sanctuary City라고 불렸다. 일종의 보호구역, 성역, 피난처, 안식처로 보통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갖춰진 도시를 뜻했다. 소도라는 곳이 치외법권을 뜻하는 것이라면 생추어리 시티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만큼은 이민자들이 대놓고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됐었다.
 
시카고도 이 생추어리 시티에 속했다. 시카고가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도시가 된 것은 공식적으로는 해롤드 워싱턴 전 시장이 재임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카고 최초의 흑인 시장이자 진보적이었던 워싱턴 시장은 지난 1985년 행정 명령 하나를 발표한다. 이 행정 명령은 시카고 공무원들로 하여금 연방 정부의 이민법 집행에 조력하지 않을 것을 포함하고 있다. 즉 연방법에 따라 법을 집행하고 있는 연방이민단속국 직원들에게 시카고 경찰, 시청 직원들이 협조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연방 기관의 업무에 시가 반기를 드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지만 명백하게 따져보면 연방법과 로컬법은 엄연하게 다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연방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것처럼 연방 단체의 집행에 관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행정 명령의 요점이었다. 결국 이런 행정 명령이 발효되면서 지금도 시카고 경찰들은 일상적인 단속을 하면서 이민 신분 등을 묻지 않게 됐다는 설명이다.
 
요즘에는 생추어리 시티 보다는 웰커밍 시티(Welcoming City)라고 불리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행정 명령의 수준을 넘어서, 연방법을 집행하는데 시청 공무원들이 개입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시 전체 분위기가 이민자들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이렇게 불리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법 적용과 집행의 범위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 깔린 환경이 친이민적으로 바뀌었고 이를 통칭하는 용어로 웰커밍 시티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인들과 같은 이민 커뮤니티에게는 반가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에 웰커밍 시티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는 남부 접경지대에서 시카고로 유입되는 서류미비자들이 크게 증가하면서부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텍사스 주지사가 국경을 넘어온 이들을 버스에 태워 웰커밍 시티로 불리는 시카고와 뉴욕, 워싱턴 DC 등지로 보내면서 시작됐다. 최근에는 콜로라도에서 시카고로 유입되는 서류미비자들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자국의 녹록치 않은 경제 상황과 정치적 압박 등을 피해 난민 신분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로 중미에서 유입된 서류미비자들이다.  
 
그러면 이들은 웰커밍 시티에서 잘 적응하고 있을까. 버스로 시카고로 유입되는 이민자들은 다운타운 유니언 스테이션에 내려 뿔뿔이 흩어지고 있다. 일부 친인척이나 친구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혀 연고가 없는 시카고에서 어떻게 정착할 지부터가 난관이다. 이들이 초기에는 서버브 호텔에서 머물기도 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었다. 지금 역시 노숙자 보호시설 등을 전전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사회복지 시설과 종교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이들의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시의원 사무실 지하에서, 또 다른 일부는 경찰서나 난방센터에서 머물면서 단체나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었다.
 
베네주엘라 출신의 이민자는 311로 전화를 걸어 입주가 가능한 쉘터를 문의했으나 마냥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면서 갈 곳 없는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다른 베네주엘라 이민자는 다행히도 시의원 사무실과 연락이 닿아 임시 숙소를 찾았고 옷가지는 지역 비영리단체에서, 식사는 인근 교회에서 해결하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카고 시청은 이들 서류미비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 쉘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는 폐교를 쉘터로 전환해 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이들을 한 곳으로 수용한다는 것이 시청의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왜 굳이 다른 곳도 많은데 자신들의 지역에 쉘터를 만들어야 하느냐는 지적에서부터 쉘터 선정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청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득 작업을 계속하며 이달 말까지는 쉘터 오픈을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시카고로 온 서류미비자들은 왜 시카고를 종착지로 정했느냐는 질문에 한결같이 시카고가 이민자들을 환영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동승자들로부터 시카고가 다른 도시와 달리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 앞에 놓인 것은 매서운 시카고의 1월 바람과 같다. 어디서 머물고 식사는 또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일할 곳이라도 찾아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도와줄 수 있을 지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38년 전에 발효된 행정 명령에서 시작된 시카고의 웰커밍 시티로의 역할이 절실하다. 정부 기관의 쉘터와 다양한 복지혜택 제공 등이 전부가 아니라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고자 하는 주민들의 따스한 손길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신분과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 모두 이민자들이 아니었던가. 출신 국가가 다르고 학력이 높지 않으며 살아온 환경이 달랐다고 하나 둘씩 이민자들을 가르기 시작하면 언젠가 그 영향이 어디까지 향할 지 모른다. 시카고를 웰커밍 시티로 믿고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이 필요하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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