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드러내고 코르셋, 금기 깼다…'여배우 패션' 입는 남자들
더 노골적이 됐다. 성별 경계를 허문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 얘기다. 지난 13~17일 열린 2023 가을·겨울 밀라노 남성복 패션위크에서는 긴 스커트를 입고 코르셋을 조인 남자들이 패션쇼 무대를 활보했다.

여자 옷 입은 남자들

걸을 때마다 다리가 조금씩 보이는 긴 스커트는 15일 공개된 에트로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재차 등장했다. 몸매를 드러내는 치마라기보다 담요를 두른 듯 넉넉한 실루엣에 앞트임이 있는 형태지만 여성들의 옷으로 여겨졌던 긴 치마를 입은 남자들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14일 열린 돌체앤가바나 쇼에는 심지어 ‘코르셋’을 입은 남자까지 등장했다. 넥타이를 한 와이셔츠 차림에 코르셋을 덧입은 형태는 최근 남성복에 불어 닥친 젠더리스 트렌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한 컷이었다.

이 밖에 레이스 달린 캐미솔(소매 없는 여성용 속옷)과 핑크색 배꼽 티(짧은 상의)를 입은 근육질 건장한 남자들이 등장한 디스퀘어드2, 한쪽 어깨를 드러내는 ‘원 숄더’ 상의를 입은 펜디 남성복 쇼도 있었다. 주로 시상식에서 여배우 드레스에서나 보던 바로 그 원 숄더 의상이다.

젠더리스에서 젠더 플루이드

최근 젠더리스 패션은 단순히 남녀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모호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성별을 상징하는 기존 고정적 요소를 남자든 여자든 자유롭게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보다 적확한 표현으로 젠더리스가 아니라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성 유동적인)’ 패션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 패션이 쇼에나 등장하는 ‘기이한’ 패션인 것만은 아니다. 레이스나 배꼽티 등 파격적 의상은 아니어도 진주 귀걸이나 짧은 반바지, 핸드백을 든 남성들은 현실 세계에도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1020 젊은 세대가 많이 찾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지난해 주목받았던 아이템이 바로 ‘남성 트위드 재킷’이다. 지난해 2월 발매된 엘무드의 남성용 트위드 재킷은 발매와 동시에 실시간 랭킹 1위를 차지, 품절을 기록했다. 트위드는 굵은 양모를 사용해 짠 직물을 가공해 거친 감촉을 표현한 소재를 말한다. 주로 샤넬 등 고전적인 여성복 브랜드에서 주로 활용한다. 국내선 가수 지드래곤(권지용)이 여성용 트위드 재킷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미지의 영역’ 남성 패션 부흥 신호?

젠더리스 패션이 여성 중심의 패션 산업이 남성이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숙기에 접어든 여성 패션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자층인 Z세대, 그중에서도 남성을 패션의 세계로 끌어올 수 있는 장치라는 의미다.

실제로 남성들의 하이엔드 패션에 대한 열망은 해를 거듭해 확대 추세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남성 명품 매출이 2020년 40%, 2021년 45%, 2022년 2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명품 신장률인 25%(2020년), 35%(2021년), 25%(2022년)를 웃도는 수치다. 현대백화점 남성 명품 신장률도 같은 기간 38.7%, 59.2%, 35.1%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에 방문하는 남성 고객 수도 지속 확대돼, 전년 대비 신장률이 2021년 39% 지난해 28%에 이른다.
유지연(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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