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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투잡 찾고, 사장은 범법자 될판”…주 60시간제 종료, 600만명 월급봉투 얇아지나

지난 17일 오후 인천 왕길동 특수장비차 정비공장에서 김창웅 대표가 공장이 돌아가는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나가는 불도저 등 특수장비차 정비를 하다 보니 건설 현장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6~7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백일현 기자

17일 오후 5시쯤 인천 왕길동에 있는 카라인종합정비공장. 불도저·굴착기 같은 특수차량을 전문적으로 정비하는 곳이다. 이 회사 김창웅(70) 대표는 직원 김지성(36)씨를 가리키며 “오전 7시30분 김포로 긴급 지원을 다녀와서 이미 초과근무 중”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를 적용하면 오후 4시30분에는 퇴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올해부터 주 52시간제를 일괄 적용하면 저는 범법자가 되거나 최악의 경우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라며 답답해했다. 직원 정모(34)씨는 “추가근로로 인한 시간외수당이 사라지면 주말에 배달을 하거나 대리기사를 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63만 개 중소 업체, 603만 월급쟁이에 해당
이 회사는 지금까지 주당 8시간씩 ‘추가연장 근로제(주 60시간)’를 시행해왔다. 직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지난해 말까지 한시 허용된 제도다. 하지만 올해 1년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내년부터 주 52시간제를 어기면 사업주에게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매겨진다. 전국 63만 개 업체, 603만 봉급쟁이한테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특히 카라인종합정비공장처럼 일감이 한꺼번에 몰리거나 직원 구하기 어려운 업체엔 직격탄이 되고 있다. 김창웅 대표는 “자격증도 있고 경력이 있는 기술자를 구하기 어렵고, 외국인 인력을 뽑을 수도 없다”며 “최근 고금리로 매달 600만원씩 내던 대출이자가 6개월 새 1400만원으로 늘어나 채용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추가근무수당이 사라지면 기존 직원마저 떠날까 봐 시름이 깊어진다. 이곳에서 7년째 근무 중인 정모씨는 “아이가 있는 데다 집 대출 이자로만 월급 절반 이상이 나간다”며 “매달 50만~60만원의 수당이 사라지면 ‘투잡’을 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16년차인 김지성씨도 “추가근무가 없어지면 100만원 가까이 월급이 삭감된다.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게 하는 게 그게 민주주의 국가 맞나”라며 씁쓸해 했다.

지난 17일 오후 인천 왕길동 한 특수장비차 정비공장에서 한 직원이 차를 손 보고 있다. 이곳 직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야간 근무를 한다. 백일현 기자

마트 대표 “3개월째 한 명도 못 구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이플러스마트 구경주(41) 대표와 직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곳에선 직원 28명 중 12명이 주 60시간 일한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하루 14시간씩 마트를 열어야 해서다. 구 대표는 “직원 대부분은 자녀 교육비가 급한 50대 이상 여성”이라며 “요새는 월급이 줄어 직원이 이탈할까 걱정, 새 직원 뽑기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11월 채용 공고를 냈는데 한 명도 채용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직원 김선희(52)씨는 “추가근로가 막히면 팀장급은 월급 100만원이 줄어든다”며 “아이가 대학생·고등학생인 언니들은 다른 곳에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동구에 있는 이플러스마트 모습. 이곳은 오전 8시~오후 10시 하루 14시간 운영하는 마트다 보니 직원 28명 중 12명이 60시간 넘게 근무한다. 사진 이플러스마트

제조 중소기업 4분의 3 “대책 제로”
중소기업계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 중 4분의 3 이상(75.5%)은 추가연장 근로제 폐지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었다. 지난해 말 5~29인 제조기업 4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미 주 52시간제를 시행 중인 곳은 불만투성이다. 중기중앙회가 중소 조선업체 직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절반 이상(55%)은 주 52시간제 이후 삶의 질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월평균 60만여 원의 추가수당이 줄어든 게 주요 이유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달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30인 미만 사업장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일몰 연장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소규모 사업장에서 장시간 노동 관행이 고착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장시간 근무는 산업재해 과로사가 이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중소기업계는 작업량 변동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 가능한 ‘총량 관리제 확대’를 건의하고 있다.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바꾸자는 얘기다. 김창웅 대표는 “혹서기엔 건설 현장도 일을 못 한다. 이렇게 쉴 때 시간을 쌓아놨다가 일이 몰리면 야간작업도 할 수 있도록 융통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연한 대책 찾되 건강권 보장도 중요”
정부도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이동원 중소벤처기업부 인력정책과장은 “다음 달 고용노동부에서 개편안이 나올 예정”이라며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현행 주 단위에서 확대하는 방향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연 단위까지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확대하는 등 유연하고 합리적인 제도 마련을 위해 고용부, 국회 등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8시간 추가연장 근로제 일몰에 따른 후속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희 한국공학대 교수(노동법)는 “추가근로를 유연하게 바꾸더라도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등 건강권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 사업주가 과도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일현(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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