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세뱃돈 3만원, 지금은 ‘신사임당’급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한국은행 경기본부(경기남부 17개 시 관할)에서 한 직원이 설을 앞두고 발행할 현금을 검수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1/18/d0099a9f-3fd3-4eff-8105-cc7d333d41d0.jpg)
고(高)물가 시대 빠듯한 주머니 사정으로 세뱃돈 지출마저 부담스럽다. 세뱃돈을 누구에게,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늘었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뒤 3년 만에 맞는 대면(對面) 설 연휴를 앞두고서다.

5만원권이 세뱃돈 대세로 자리 잡은 건 ‘물가 상승=화폐가치 하락’과 관련 있다. 과거대로 준다고 해도 물가를 반영한 화폐가치는 많이 떨어졌다. 통계청 화폐가치 계산기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5만원은 10년 전엔 4만2600원, 20년 전에는 3만1350원으로 나타났다. 세뱃돈을 10년 전보다는 17.4%, 20년 전보다는 59.5%는 올려야 과거만큼 ‘돈값’을 한다는 얘기다.
인크루트가 최근 8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2.8%는 명절 비용 지출이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고, 34.2%는 “약간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또 물가 수준을 고려한 올 명절 예상 지출 가운데 ‘가족 용돈’에는 평균 38만원, 설 선물 비용에 평균 4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연우 인크루트 팀장은 “약 절반가량의 응답자가 명절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사실 세뱃돈을 얼마 줄지는 해마다 반복되는 고민이지만, 지난해 물가가 크게 오르다 보니 올해 느끼는 부담감은 더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액권에 대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다. 설·추석 등 명절을 중심으로 5만원권을 비롯해 신권을 선호하는 현상이 유독 심해서다. 한은은 16일부터 각 지역 시중은행에 공급할 설 자금을 방출·운송했는데 일부 지역본부에선 신권 교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2017~2021년 기준 연평균 1100억원씩 신권을 발행하는 데 쓰였다. 주요 은행 지점에선 신권 교환에 매수 제한을 두고 있다.
나간 돈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다. 화폐발행 잔액은 2016년 말 97조3822억원에서 지난해 말 174조8622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5만원권이 잘 돌아오지 않는다. 2021년 기준 90~100% 환수율을 보이는 1000원·1만원권과 달리, 5만원권은 환수율이 17.4%에 그쳤다. 고액권이 지하경제를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기환(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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