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직격탄…상장사 3곳 중 1곳, 번 돈으로 이자도 못내
34.9%. 지난해 국내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기업 비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 비용(이자 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업 3곳 중 1곳은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금리 환경에 경기침체 먹구름이 다가오면서 이자 상환에 허덕이는 ‘좀비기업’(한계기업)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매출 규모가 작은 코스닥 기업뿐 아니라 일부 대기업도 고금리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2조원 넘는 기업(시총 순위 100위권 안팎) 중 LG디스플레이와 롯데케미칼, 넷마블, 이마트 등이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곳도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피하지 못한 한진칼과 롯데쇼핑, 현대중공업 등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은 여행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0.18에 불과하다.
최근 기업의 이자 지급 능력이 떨어진 건 경기 둔화로 인해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인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탓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1664곳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9조6616억원으로 1년 전(15조3178억원)보다 28.4%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150조2348억원)은 같은 기간 0.84% 느는 데 그쳤다.

올해 경기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기업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증권사들은 주요 상장사 291곳(에프앤가이드 자료)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206억4316억원)가 지난해보다 0.3% 줄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이 올해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이 더 늘 것으로 경고하는 이유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하더라도 경기 침체에 따른 영업적자로 한계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올해 과거 세계 금융위기 수준의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며 “특히 실탄(현금)이 부족한 기업 중심으로 부실기업이 쏟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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