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 2%…이창용은 ‘골대’ 왜 안 옮길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물가 목표 수준을 현재 연 2%에서 올릴 생각이 있냐”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서다. 장기간 이어지는 고물가 속에서 2%라는 비현실적인 수치에 목멜 필요가 있냐는 일각의 주장에 이 총재가 선을 그은 것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은행 등 대다수 주요국의 중앙은행은 현재 연 2%를 물가 목표치로 삼았다. 1998년 처음 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한 한국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지난 2013~2015년 연 3±0.5%에서 2016년 연 2%의 단일 수치로 수정했다. 이에 앞서 Fed는 지난 2012년 1월 “물가 상승률 연 2%가 Fed에 부여된 물가안정 책무에 부합한다”고 발표했고, 일본은행은 2013년 1월 이후 물가상승률 목표를 연 2%로 정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목소리가 나온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무리하게 낮은 물가 목표치에 맞추려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물가 목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게 맞는 것이 아닌지 논의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총재는 이런 주장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그 이유로 이 총재는 “지금 상황에서 골대를 옮기면 기대 인플레이션이 너무 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물가 상승 목표치까지 올리면 사람들이 예상하는 미래의 물가 역시 덩달아 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이 총재는 “목표를 바꾸는 것은 물가가 안정된 다음에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연 3.6%로 전망했다. 지난해(연 5.1%)보다 1.5%포인트 떨어질 거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인플레이션이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는데도 Fed가 긴축 기조를 쉽게 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며 여전히 경기 침체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사치(63%)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수준이며, 코로나19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중순과 비슷하다.
도이체방크의 브렛 라이언과 매튜 루체티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높은) 근원 서비스 물가와 같은 지표는 공급 우위의 고용 시장과 연계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Fed는 긴축 궤도를 유지할 것이고, 이는 급격한 실업 증가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남현.나상현(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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