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반언어(反言語)는 언어

언어의 기본적 기능은 소통에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가장 특별한 특징이 언어인 셈입니다. 물론 언어는 인간과 신, 인간과 동물의 의사소통에도 쓰입니다. 상대가 잘 알아들었는지는 차치(且置)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언어의 목적을 알아듣지 못하게 하는 것에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호라면 주로 암호가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서 폭넓게 사용하는 것은 은어(隱語)입니다. 은어는 특수한 집단에서 사용합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특성이 있는 모임에서 주로 은어를 사용합니다. 은어를 특수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특수한 집단에서만 사용하기에 자연스레 은어가 되기도 합니다. 의사끼리 하는 말을 환자들이 못 알아들으면 특수어이면서 동시에 은어입니다. 집단 속에서 전문어를 사용하는 게 결과적으로 환자들이 못 알아듣게 일부러 사용하는 게 됩니다.
 
 은어를 그래서 반언어라고도 합니다. 반언어는 단순히 설명하자면 언어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달리 말해서 소통의 단절을 목적으로 하는 말입니다. 반언어가 주로 쓰이는 장면은 위험 앞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범죄 집단을 들 수 있습니다. 조폭이나 사기꾼 등은 자신의 말을 일반인이나 경찰이 알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은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은어에 관한 연구를 보면 이미 일반인도 널리 아는 표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옥에 가는 것을 큰집에 간다거나, 별을 단다고 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일반인까지 알 정도면 이미 은어가 아닙니다. 경찰을 ‘짭새’라고 하는 것을 은어의 예로 들기도 하는데, 경찰도 자신을 짭새라고 부른다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전혀 은어가 아닌 셈입니다.
 


 예전에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을 하는 경우에도 언제든 잡혀갈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때 사용하던 많은 은어가 있었습니다. ‘피’를 유인물의 뜻으로 쓴다는 것에 놀란 적도 있습니다. 피를 뿌리는 것이 유인물을 돌린다는 의미로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피는 ‘paper’의 ‘P’를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이러한 은어도 금방 사지거나 변화하였을 겁니다. 은어는 숨기고 싶었던 상대가 의미를 알게 되면 더는 은어가 아닙니다.
 
 한편 심마니의 은어는 조금 더 특별한 면을 담고 있습니다. 산삼을 캐는 행위에 부정이 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일상어와는 다른 말을 쓰기도 하는 겁니다. 불을 ‘달’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은 일반인이 알기도 어렵지만 알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산신과의 관계에서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종교에서 사용하는 은어는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고생이 사용하는 은어에는 여러 측면이 복합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모르기를 바라는 속성과 또래 집단의 문화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어른은 청소년의 은어를 거칠다고 나무라지만 사실 청소년은 개의치 않습니다. 그게 청소년의 문화이고 특성이기 때문입니다. 약어를 사용하고, 신조어를 만들고, 비속어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창의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은어는 성인이 되면 서서히 사용하지 않습니다.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군인의 은어도 비슷한 특성이 있습니다. 군대 안에서는 암호와 같은 기능과 함께 동질성을 보여줍니다. 제대하고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그런 말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은어는 반언어면서 동시에 언어입니다. 언어 중에서도 소통의 농도가 짙은 언어입니다. 같은 집단의 사람들이 위험 앞에서 결연한 자세로 사용하는 살아있는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