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긴축' 달라진 금통위 워딩…"시장은 금리하락 베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시장의 관심은 추가 인상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한은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시장에선 금리 인상기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한은의 정책 방향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이하 통방문)과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 곳곳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색채가 묻어나서다.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금리의 지표가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3일 전날 대비 0.097%포인트 하락한 3.369%에 장을 마쳤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는 반대의 흐름이다. 이는 지난해 8월24일(3.311%)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낮을뿐더러, 기준금리(3.5%)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날 1년물을 제외한 다른 국고채 금리도 모두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직후 국고채 3년물이 장중 3.34%에 거래되면서 기준금리를 크게 하회했다”며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와 물가하락 가능성에 금리 하락에 대한 베팅이 확대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이 총재는 13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을 끝으로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공식적인 금리 인상 종료 선언을 꺼렸다.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이를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나 환율 안정 등을 위한 의도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발언으로 해석했다.
근거는 우선 눈에 띄게 달라진 통방문이다. 앞선 지난해 11월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가 “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로 바뀌었다. 추가 인상 신호가 분명한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 대신, 의미가 포괄적인 ‘긴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통방문에서 ‘외환 부문 리스크’ 문구가 삭제됐고, 대내 요인 중 경기 하방 리스크가 크게 부각된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한국은행의 무게 추가 점차 물가에서 경기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의 기자회견에서도 비둘기파 기조가 완연했다. 한미 금리차 부담에 대해서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는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우리 금리 결정은 국내 상황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한국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 독립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으로부터는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는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시장에서 ‘연준보다 먼저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읽히는 부분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기자회견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면이 다수 노출됐다”며 “특히 장단기 금리 역전을 용인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 국내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23일 2월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그다음 금통위는 4월13일이다. 강승원 연구원은 “(통방문에서) 당분간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힌 점에서 적어도 ‘연속 금리 인상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2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이 없다면 추가 인상 여부는 4월에 결정될 것이며, 결국 1분기 지표가 핵심 결정 변수”라고 분석했다.
손해용(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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