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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진에 금리 인상 페달 뗄까...'여전히 고물가' 신중론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연속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 포인트 인상)’을 밟은 13일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상 종료’ 시점으로 옮아갔다. 당장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은 기준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커지는 경기 침체 경고등과 기업·가계의 이자 부담 심화를 고려해 이제 금리 인상 페달에서 발을 뗄 시기가 왔다는 소수의견이 나왔다. 다만 여전히 높은 물가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 부진에 금리 인상 폭 조절

한은 금통위는 이날 새해 첫 통화정책결정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 연 3.5%로 정했다.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다. 5%대 상승률로 여전한 고물가가 주원인이었다.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도 추가 인상을 떠밀었다. 이날 금통위 회의 전까지의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지난 2000년 10월(1.5%포인트) 이후 약 22년 만에 가장 컸었다.

금리 역전 폭 확대는 자본유출 등으로 한국 경제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은 24억2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한ㆍ미 기준금리 차만 보면 한은은 금리 인상 보폭을 더 넓혀야 한다. 하지만 이날 한은은 0.25%포인트만 올렸다. ‘빅 스텝(기준금리 0.5% 포인트 인상)’ 행보를 가로막은 건 악화한 경기 인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1월에는 1.7%로 봤는데 그사이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성장률이 그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공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최근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감소, 경제 심리 부진이 이어지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경기 둔화 우려’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달에는 ‘경기 둔화 우려 확대’라며 경계수위를 높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금리 인상기 종료’ 언제
원화 가치 하락세가 잦아든 것도 한은의 금리 인상 폭 확대 부담을 덜었다. 이날 달러 당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4.5원 오른(환율은 하락) 1241.3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달러 당 원화 가치가 1400원 선까지 추락했던 지난해 9·10월과 다른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요즘과 같이 달러 당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선 자본 유출 우려가 적다”며 “현재 한·미 금리 역전 폭은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경기 침체 경고등이 깜빡이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 폭에 대한 우려도 줄면서 한은이 긴축 페달을 뗄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중 2명은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앞으로 3개월 내 기준금리 정점 수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3명이 연 3.5%, 나머지 3명은 연 3.75% 이상으로 봤다. 이날 기준금리가 이미 연 3.5%에 도달한 만큼 다음 달 통화정책결정방향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조치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가 아직 높은 수준이고 미국의 금리 향방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를 섣불리 더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계의 금리 부담에 따른 내수 부진 가능성, 글로벌 경기 부진 여파 등을 고려하면 현재 기준금리는 정점에 다다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소비자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 금리 인하 종료 시기를 늦출 변수로 꼽힌다. 한·미 기준 금리 역전 현상도 여전히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31일~2월 1일(현지시각)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올리면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다시 1.25%포인트로 돌아간다. 지난해 11월 24일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이 일정 수준을 넘어 커지면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재차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이 총재는 일단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물가가 정책목표 수준까지 중장기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있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를 당부하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도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한 은행에 걸린 정기예금 금리 안내문. 연합뉴스
수신 금리 인상 효과 미미할 듯
이날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은행들은 수신(예금) 금리 인상 검토에 나섰다. 다만 금융당국이 인상 자제를 요구한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수신 금리 조정 수준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수신 금리 인상 경쟁이 주택담보대출 금리 급등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융당국의 예금 금리 인상 자제 요청이 곧 대출 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예금 금리 인하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매개로 대출 금리에 전달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며 “예금 금리 인하로 인한 추세적 효과는 다음번 코픽스 고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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