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참고, 또 참아야 하느니라
최근 심리분석 학자들이 인간에게는 네 가지 유형의 성격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그중 하나가 어떤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신경질적이고 반발하는)과 느긋한 사람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나는 ‘다혈질’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화를 참지 못하고 ‘욱’하는 기질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본 경험도 많다.20여 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50대 운전자가 영등포 시장 앞을 지나다가 신호위반으로 경찰에게 적발됐다. 그는 벌금 티켓을 발부하려는 경찰에게 “한 번만 봐 달라”고 사정했지만 경찰은 요지부동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경찰의 멱살을 부여잡고 “영등포 경찰서 서장이 내 친구야”라고 외치며 뺨까지 때렸다. 결국 그 운전자는 공무집행 방해죄와 폭력 현행범으로 수갑을 차게 되었다. 그 추운 1월 유치장에 갇힌 그는 쇠창살을 부여잡고 “나는 잘못이 없으니 내보내 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쓰러졌다. 급기야 구급차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갔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했다. 사망 원인은 십중팔구, 뇌출혈이나 심장마비였으리.
캐나다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고아였지만 성실하게 살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던 30대 남성의 비극적 이야기다. 그의 꿈은 멋진 스포츠카를 갖는 것이었다. 그는 열심히 저축했고 드디어 멋진 빨간색 스포츠카를 장만했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오후 차고 쪽에서 날카로운 쇳소리가 연신 들렸다. 그쪽으로 가 봤더니 여섯 살 된 아들이 못으로 새 차에 낙서를 하고 있었다. 순간 눈이 뒤집힌 그는 들고 있던 망치로 아들의 손목을 내리쳤다. 골절상을 입은 아들은 결국 오른팔을 절단하여야만 했다. 오른손에 붕대를 감은 아들은 “아빠!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며 울면서 용서를 빌었다. 집에 돌아온 그는 아들이 도대체 무슨 낙서를 했나 살펴보았다. 아뿔싸, 차에는 ‘I love you Dad’라고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순간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던 그는 잠시 후, 차로 돌아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화를 참는 슬기로운 방법은 일단 그 자리를 피해 5~6회 정도 길게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아야 하느니라’를 돼내는 것이다. 화를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화를 잘 풀어야만 건강에도 좋다. 전문가들은 화를 다스리는 방법으로 ▶무작정 걷기 ▶명상 ▶차 마시기 ▶조용한 음악 듣기 ▶허브 향기 맡기 ▶ 30분간 일기 쓰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숙면 등을 권한다. 화를 참아 낸 후 돌이켜 보면 그 일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이진용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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