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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쇄신하겠다”… 허창수 회장, 사의 표명, 혁신위 체제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다음 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전경련이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배경에서다. 연합뉴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2011년부터 6회 연속 연임 중인 허 회장은 임기가 끝날 때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계속 전경련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이번 사의 표명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재계 대표단체로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 회장단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회장단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 회장은 “전경련이 경제계 대표 단체로서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히고 사의를 표명했다. 허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온 권태신 상근부회장도 함께 물러나기로 했다.

회장단은 전면적인 개편과 구조 혁신을 위해 혁신위원회 체제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혁신위 위원장은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맡기로 했다. 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경련 혁신위를 발족하고 혁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 다음 달 넷째 주로 예정된 회장단 총회까지 신임 회장 후보를 추천하기로 했다. 회장단은 이날 회동에 앞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게 신임 회장에 취임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으나 두 사람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창립 64년 만에 가장 큰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전경. 장진영 기자

전경련은 1961년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일본 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게이단렌)를 모델로 설립을 주도한 ‘한국경제인협회’가 모태다. 68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뒤 주요 대기업과 금융기관, 국영기업까지 회원사로 더해 경제계 대표 단체의 위상을 갖췄다. 전경련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다.

이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문재인 정부 때에는 청와대 경제인 초청 행사 등에서 배제되는 등 ‘패싱’ 논란이 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은 과거 위상 회복에 기대감이 컸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윤 정부 인수위 시절 경제 6단체 오찬 간담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7월에는 일본 게이단렌과 3년 만에 한·일 재계 회의를 재개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전경련이 헤리티지재단과 함께 개최한 ‘2022 서울 프리덤 포럼’에 윤 대통령이 불참하면서 위기감이 커졌다. 당시 벌어진 이태원 참사 때문이었지만 대통령의 불참에 전경련의 실망감이 컸다. 이어 지난달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 경제 5단체장 만찬에도 배제되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내부 의견이 높아졌다고 한다. 허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전경련의 전면적인 쇄신을 주문하면서 권태신 상근부회장과의 동반 퇴진을 결정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경련의 국제 네트워크와 역량, 특히 한·일 관계 정상화 등에서 필요한 역할 등을 생각할 때 전면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며 “혁신위를 중심으로 구조적인 혁신을 이뤄 국가 경제에 전경련이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경제단체장 가운데 ‘맏형’ 역할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대표 경제단체 역할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맡고 있다. 전경련 안팎에서는 수년째 경총과의 합병 주장이 제기돼 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겸하면서 장기적으로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손 회장은 2005~2013년 대한상의 회장을 지냈고, 2018년부터 경총 회장을 맡고 있다.




이동현(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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