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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노 기반으로 ‘꿈의 촉매’ 개발…‘깜놀 성능’에 유학 접고 창업”

강신현 퀀텀캣 대표가 10일 오후 대전 퀀텀캣 연구소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이 기업은 세계 최초로 상온에서 매우 높은 촉매 활성을 나타내는 신개념 금 나노촉매 기술 상용화에 성공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194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하늘에 ‘공포의 구름’이 드리워졌다. 호흡기·안질환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났고, 거리에 나올 때 방독면을 착용할 정도였다. ‘일본이 화생방 공격을 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도 나왔다. 10여년이 지난 뒤에야 ‘공포의 구름’이 자동차의 배기가스에서 방출된 질소산화물과 탄화수소가 햇빛과 반응해 오존(광화학반응)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공포의 구름을 어떻게 몰아낼까-. 사람들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도시에 대형 선풍기를 설치하는 방안부터 공장 굴뚝을 모두 하수구처럼 연결해 오염물질을 한데 모아 배출하는 아이디어 등 다소 황당한 해결책이 제시됐다고 한다.

이후 1960~70년대 들어 미국의 주(州) 정부들이 속속 배출가스 규제를 시작했고, ‘촉매’를 통해 유해물질을 줄이는 방안이 등장했다. 촉매는 다른 물질을 매개해 화학 반응을 돕는 물질이다. 질소산화물이 로듐·팔라듐 등 ‘백금족 촉매’와 반응하면 유해물질이 줄어든다. 미 환경보호국은 75년부터 생산되는 모든 휘발유 차량에 ‘촉매 전환기’ 장착을 의무화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는 1943년부터 스모그로 몸살을 앓았다. 사진은 1958년 방독면과 선글라스를 쓰고 거리를 걷는 사람들. 사진 UCLA 도서관



“금, 나노 입자로 쪼개니 통설 깨졌다”
강신현(42) 퀀텀캣 대표는 ‘금은 촉매로 작동할 수 없다’는 과학계 통설에 도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 시절 ‘금 나노 촉매’를 개발하면서다. 지난 10일 대전 유성구 대덕테크노밸리 퀀텀캣 본사에서 만난 강 대표는 “혁신적인 환경 촉매를 개발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20일 서울대에서 열린 ‘혁신창업국가 대한민국 국제 심포지엄’에서 혁신창업상(서울대총장상)을 받았다.

“금은 산소와 결합하지 않는 유일한 금속이면서, 화학적으로는 불활성에 가까워 촉매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금을 ‘머리카락 1만 분의 1’ 크기인 나노 입자로 쪼개면 기존의 백금족 촉매보다 활성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상온에서 활성화해요. ‘꿈의 촉매’라고 생각했던 기술을 구현하게 된 것이죠.”

일반적으로 환경 촉매로는 로듐·팔라듐 등 백금족 촉매가 사용되는데 온도가 150~250도까지 올라야 활성화한다. 발전소·공장 등에서 촉매로 유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전기·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추가로 투입해 온도를 올려야 하는 게 큰 문제였다. 또 극소량의 이물질이 있어도 촉매 수명과 정화효율이 줄어들고, 최근 들어 백금족 금속 매장량이 바닥을 보이며 가격이 급상승하는 것도 업계의 고민이었다. 강 대표는 연구 경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사 학위 논문 주제를 고민하던 중 ‘금 나노촉매’를 접하게 됐습니다. 성능만 보면 세상을 바꿀만한 소재인데, 전혀 상용화가 되지 않아서 의아했지요. 금의 무른 성질 때문에 나노 입자가 서로 뭉쳐져 수명이 짧아 촉매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그간 연구했던 기술을 적용하면 나노 입자가 뭉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그가 고안한 방법은 금 나노 입자 하나하나를 ‘케이지’에 가두는 것이었다. 강 대표는 “촉매를 합성할 때 일반적으로 나노 케이지를 만든 뒤 입자를 채워가는데, 촉매를 몰랐기 때문에 단지 나노 구조를 예쁘게 만드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나노 입자를 먼저 만들고, 그 입자가 껍데기를 만들게 해 블록처럼 쌓아가는 방식으로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예상 밖의 성능…졸업 앞두고 ‘멘붕’”
금 나노 입자를 케이지에 가둬 하나씩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숙제’가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강 대표는 “촉매 안정성 실험 단계에서 예상치 못하게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자칫하면 대학원 졸업을 못 할 뻔했다”며 “금나노 촉매가 고온에서만 안정성을 유지해도 연구의 첫 단계로는 좋은 발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온도를 낮췄는데도 반응과 활성이 너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논문을 쓰지 못할까 봐 ‘멘붕’(멘탈 붕괴)에 빠졌다”며 “박사 6년차라 빨리 졸업하고 유학을 가려 준비 중이었는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강 대표가 개발한 ‘금나노 촉매’는 상온에서도 활성화하는 성질을 갖는다. 고온에서만 활성화하는 백금족 촉매의 단점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금나노 촉매의 성능을 확인하고 나니 또다시 고민이 생겼어요. 경제성을 갖출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하지 않으면 이 좋은 기술이 사장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구실 후배인 임성환 박사에게 ‘같이 창업을 해 보자’고 제안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며 함께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강 대표가 2019년 창업을 결정한 뒤 한·일 무역갈등이 터졌다. 일본이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 대표는 “창업을 하자마자 정부가 소·부·장 기업 지원을 늘리고,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도 생겨났다”며 “국가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인데, 정부의 소·부·장 생태계 육성 정책 덕분에 사업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퀀텀캣의 '금나노촉매' 구조도. 사진 퀀텀캣

글로벌 환경 촉매 시장 2032년 74조원
시장조사업체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지난해 385억7000만 달러(약 48조원) 규모이던 글로벌 환경 촉매 시장은 2032년 593억3000만 달러(약 7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가스 등 오염 규제를 강화하며 환경 촉매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촉매 시장은 매우 보수적이다. 대부분의 산업이 수십년간 동일한 촉매를 쓰고 있어 신기술이 진입하기가 어렵다”면서도 “금나노 촉매의 특성을 살려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국내외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도 참가했다.

그는 “CES에서 글로벌 가전회사, 공조시설 설계사, 벤처캐피털(VC)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관심을 표했다”며 “자동차 배출 오염물질 제거를 비롯해 휘발성유기화합물질(VOC) 정화, 반도체 공정 초고순도 가스 정제, 배출가스 제어 등 기존 백금족 촉매로 접근하지 못했던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근엔 금나노 촉매를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도록 양산하는 시설도 갖췄다. 강 대표는 “이전까지는 수동으로 합성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었는데 자동화 양산설비 구축을 마쳤고, 올 1분기 내 가동 예정”이라며 “판매가 기준 연 200억원 규모의 촉매 생산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퀀텀캣에 투자한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상온 촉매가 발견된지는 20~30년 지났지만, 기술적 한계로 그동안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퀀텀캣의 금나노 촉매는 이런 난제를 풀어냈다”며 “세계적으로 독보적이면서도, 양산기술을 갖췄다. 기후테크·탄소중립 등의 움직임에 맞춰 앞으로 주목받을 기술이고 큰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촉매 시장이 보수적이기 때문에 대형 플랜트 등 산업 현장에 산업용 소재로 적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방독면 필터처럼 즉시 적용할 수 있는 분야부터 접근하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퀀텀캣은 소재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지난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3'에 출품했다. 사진 퀀텀캣
강신현 퀀텀캣 대표. 프리랜서 김성태

“창업은 가능하면 빨리. 경험해봐야 얻는게 많아”
이승섭 KAIST 교학부총장(기계공학과 교수)은 “학위 논문을 쓴다는 건 세상에서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 좋은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기술 수준을 이미 검증받은 것”이라며 “강 대표는 학위 과정 중 연구했던 금나노 촉매로 창업에 성공했다. 학생들에게도 강 대표의 사례를 들어 ‘논문을 쓰는 건 최소한이다. 창업해 대박을 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도 후배 창업자들에게 “기왕 창업하려면 빨리 시작해 부딪혀보고, 실패도 빨리해봐야 한다. 경험해야 얻을 수 있는 게 많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창업을 하기 전엔 창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왜 해야 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좋은 연구 성과들이 연구실에서만 머무르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자들에게 ‘창업 DNA’를 심어주지 못하는 게 아쉽다. 창업에 성공한 교수나 선배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독려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구실 동료 대부분은 교수·연구원으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어요. 굳이 커리어에 흠집이 날 것을 각오하며 힘들여 창업할 이유가 없죠. 그런데 자기 성과는 자기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정말 자식과도 같아요. 창업을 통해 연구성과를 키울 수 있도록 창업 분위기를 조성해준다면 한국의 산업 경쟁력 향상에 밑천이 될 겁니다. 직접 경영에 나서지 않더라도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다양한 창업 모델을 제시한다면 연구자들의 창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고석현(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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