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금리 8%대 뚫을때…예금금리만 뚝뚝 떨어져 3%대, 왜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 연 5%대였던 정기예금 금리는 점점 떨어지며 4%대까지 내려가더니, 이젠 3%대 상품까지 등장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등의 금리는 14년 만에 최고 연 8%대를 돌파하며 솟아오르는 중이다. 대출 이자는 불어나고 예금 이자는 쪼그라드는 가운데, 은행권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이자수익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최고금리(우대금리 포함)는 연 3.89~4.27%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이 연 4.27%(만기 12개월 기준)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4.2%)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4.1%)이 4%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를 넘기도 했다. 두 달 만에 약 1%포인트가 내린 상황이다. 대출 금리만 뛰는 상황에 금융소비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예금금리, 왜?

이와 함께 은행이 자금을 모을 필요성도 줄었다.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기업대출도 증가세가 둔화하면서다. 나갈 돈이 적어지니 예금 금리라는 ‘비용’을 들여 돈을 모을 유인이 적다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금융당국의 은행권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까지 겹쳤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는 더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 당국의 개입 이후 은행은 예금 금리 경쟁을 벌일 이유가 사실상 사라진 상황이다.
반대로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날 기준 4.93~8.11%를 기록 중이다. 주담대 금리 상단이 연 8%를 넘긴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다만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변동금리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따라 오르거나 내린다"며 "최근 예금금리 하락이 코픽스에 반영되면 이에 따라 대출금리도 안정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계속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리 인상 실태에 대한 점검을 예고했다. 예금금리가 안정화됐는데, 대출금리만 오를 유인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개최한 임원회의에서 “고금리가 지속하는 가운데 경기 하강 우려도 커지면서 서민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금리 상승기에 은행이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해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 달라”고 지적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은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연 0.9%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13일부터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각종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연이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손을 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적 상승에 수조원 규모 이자이익 증가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은행의 순이자 마진이 크게 상승할 전망”이라며 “대기업 대출이 급증해 이자수익률이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주요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 등에선 “금리 때문에 다들 힘든데 은행만 신났다”, "대출 이자에 허리가 휘는 와중에 은행은 성과급을 챙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임성빈(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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