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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서 장 보기 무섭다"…日 고물가에 '脫아베노믹스' 꿈틀

일본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식품 제외)가 전년 대비 4.0% 상승하면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한 여성이 10일 도쿄 시내 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이 40여년 만에 찾아온 고물가에 신음하고 있다. 10일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신선식품을 제외한 지난달 도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4.0%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3.8%)를 웃돌았다. 전월(3.6%)보다 상승 폭이 커진 데다 1982년 4월(4.2%) 이후 40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료품 물가는 전월(6.7%)보다 높은 7.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선식품을 포함해도 7.0%에 달했다. 특히 전기 요금과 도시가스 비용 등 공공요금도 크게 오르면서 에너지 관련 물가가 무려 26.0%나 뛰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주민세 비과세 가구나 수입이 크게 줄어든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5만엔(약 47만원)씩 물가 상승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도쿄 CPI는 일본 전국 CPI 발표에 앞서 공표되기 때문에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오는 20일 발표되는 지난달 일본 전국 CPI도 기록적인 상승 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 전국 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하면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데이터 기업 데이코쿠 데이터뱅크가 상장 식품 제조업체 1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4월 가격 인상을 예고한 식품은 이미 7000개를 넘어섰다. 앞으로도 인플레이션이 꺾이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의 '가격 급등 긴급지원급부금' 안내 팜플렛. 지난해 주민세 비과세 대상 가구나 수입이 크게 감소한 가구 등을 대상으로 세대당 5만엔(약 47만원)씩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오랜 기간 저물가가 이어졌던 일본에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것은 최근 나타난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한 해에만 기준금리를 4.25%포인트 인상하는 고강도 통화 긴축을 단행했고, 올해도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일본은 2016년부터 현재까지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단기금리 -0.1%)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일 금리 차는 역사적인 수준으로 벌어졌고, 지난해 엔화가치는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까지 돌파하는 등 폭락(환율은 상승)했다. 여기에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일본 물가가 크게 치솟았다. 그만큼 엔화로 환산한 수입 가격이 비싸져서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결국 일본은행은 지난달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는 유지하되 장기(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허용 폭 상한을 기존 0.2%에서 0.5%로 높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10년간 초저금리 금융완화책을 이끌어온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 긴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은 ‘사실상의 금리 인상’이라고 받아들였다.

전문가들은 오는 4월 하루히코 총재 임기가 끝나면 일본 통화 정책에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후임 총재와 함께 2013년 아베 신조 당시 내각과 일본은행이 공동 발표한 성명을 재검토하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 상승률 목표 2%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달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 공동 성명은 일본 금융완화책의 근거이자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근간으로 작용해왔다. 시장에선 마이너스 금리(단기금리 -0.1%)를 탈피할 수 있는 근거 등이 담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10년간의 관성이 남아있는 만큼 일본이 단기간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블룸버그는 9일(현지시간) 일본은행이 올해 말까지 단기금리를 -0.1%로 유지하다 내년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 0%로 소폭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스지마 유키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일본은행 총재 후계자가 오더라도 올해 극적인 정책 변화를 만들어내진 않을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를 벗어나는) 진정한 도약은 아마도 2024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상현(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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