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신 두달 뒤 "보증금 빼달라"…전세 혼돈 부른 '文 임대차3법'
#광주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하던 김모(34)씨는 지난달 임차인에게서 갑자기 “나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차인이 지난해 10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전세계약(보증금 3억1000만원)을 2년 연장한 지 2달 만이다. 김씨는 “급히 전세를 내놓긴 했지만, 지금 시장에서 새로 세입자를 찾기 쉽지 않다”며 “법적으로 3개월 내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해서 3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이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는 볼 수 없던 형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급락한 데다, 전세대출 금리도 크게 뛰자 일부 세입자들이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차3법이 만든 하락기 전례 없는 혼돈
지난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 때는 부동산 가격과 전셋값이 급등하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계약갱신 요구로 보증금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세입자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보니 중간에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었다. 임대인도 세입자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도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어렵지 않았다.
언제든 이사 가능하자, 집단 이주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인근 아파트인 ‘우장산 숲 아이파크’의 입주가 시작됐는데, 여기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신축임에도 싼 가격에 전셋값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더 싼 전세를 찾는 사람이 일부가 옮겨갈 예정”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갱신한 임차인이 아무 때나 집을 옮길 수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갱신, 임차인 외면·임대인 피해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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