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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 두달 뒤 "보증금 빼달라"…전세 혼돈 부른 '文 임대차3법'

#광주의 한 아파트를 전세로 임대하던 김모(34)씨는 지난달 임차인에게서 갑자기 “나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임차인이 지난해 10월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해 전세계약(보증금 3억1000만원)을 2년 연장한 지 2달 만이다. 김씨는 “급히 전세를 내놓긴 했지만, 지금 시장에서 새로 세입자를 찾기 쉽지 않다”며 “법적으로 3개월 내로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해서 3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들이 중도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전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는 볼 수 없던 형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급락한 데다, 전세대출 금리도 크게 뛰자 일부 세입자들이 금전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연합뉴스
임대차3법이 만든 하락기 전례 없는 혼돈
2020년 문재인 정부 때 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 3법)이 원인으로 꼽힌다. 계약갱신요구권이 새로 생겼는데, 세입자가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보증금을 5% 이내로 올리는 한도 내에서 전세 계약을 2년 더 연장하는 내용이다. 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전·월세 계약을 연장한 경우, 세입자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 규정을 사용하면 세입자는 개인 사정으로 이사해야 할 때 집주인에게 3개월 전에만 통보하면 된다. 다음 세입자를 구하기 위한 공인중개사 중개보수 등을 하나도 부담하지 않고 보증금을 돌려받아 나갈 수 있다.

지난 정부가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한 때는 부동산 가격과 전셋값이 급등하던 시점이다. 이 때문에 계약갱신 요구로 보증금을 5% 이내에서만 올릴 수 있다는 점이 세입자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시세보다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보니 중간에 계약을 해지할 이유가 없었다. 임대인도 세입자가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도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세입자를 찾기 어렵지 않았다.

언제든 이사 가능하자, 집단 이주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러나 부동산 가격과 함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계약갱신요구권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계약 2년 걸어놓고 아무 때나 방 뺄 수 있으면 계약서를 왜 쓰는지 모르겠다. 은행처럼 전세금은 항상 대기시켜 놓아야 하냐”, “세입자가 갑자기 나간다고 하는데 가격을 낮춰도 방 보러 오는 사람은 없고 가격만 계속 낮추고 있다” 등의 토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서 힐스테이트’에서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전세 세입자들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인근 아파트인 ‘우장산 숲 아이파크’의 입주가 시작됐는데, 여기서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신축임에도 싼 가격에 전셋값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더 싼 전세를 찾는 사람이 일부가 옮겨갈 예정”이라며 “계약갱신요구권을 통해 갱신한 임차인이 아무 때나 집을 옮길 수 있어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계약갱신, 임차인 외면·임대인 피해
부동산 전문변호사인 나현호 변호사(법무법인 나침반)는 “계약갱신도 2년을 더 살겠다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인데 시점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는 건 임차인 보호 취지를 고려해도 과하다”며 “입법 당시엔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가임대차법에도 계약갱신요구권이 있지만,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비율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월세 갱신계약(1만2487건) 중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한 경우는 5171건으로, 41.4%를 차지했다. 지난해 들어 가장 낮은 비중이고, 지난해 1월(59%)보다 17.6%포인트 줄었다. 연말 들어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임차인은 갱신권 사용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진호(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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