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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시행령 개정에 '정면반박'한 무역보험공사 노조, 왜

지난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정부가 수출입은행(수은)의 대외채무보증 확대를 담은 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자 공공기관인 무역보험공사(무보) 노조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향후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커지면 무보 측과 업무가 겹칠 거란 주장과 원활한 수출 지원에 기여할 거란 설명이 충돌하는 모양새다.

9일 기획재정부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수주 시 현지통화금융이 필요한 거래에 대해선 수은의 대출 연계 없이 대외채무보증 제공이 가능하도록 예외 조항을 신설한다. 대외채무보증은 국내 물품을 수입하는 해외 법인이 구매대금을 대출받을 때 그 채무를 보증해 수출·수주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제도다.

또한 수은이 보증할 수 있는 대외채무보증 총금액 한도도 무역보험법상 연간 인수 보험총액의 35%에서 50%로 확대된다. 무역보험 집행을 담당하는 무보가 보증하는 금액의 절반까지 수은이 별도로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지원이 연평균 10억 달러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면서 "우리 기업의 금융 경쟁력을 강화해 해외 수출·수주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글로벌 인프라 사업, 방산·원전 분야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을 거쳐 1분기 이내에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재부 발표 직후 무보 측에선 발끈했다. 무보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개악"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이번 개정이 2021년 7월 대외경제장관회의 당시 정부가 수은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추진됐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무보가 국내 기업의 해외 프로젝트 보증을 대부분 맡는 상황에서 수은이 기존 업무인 대출 지원 대신 채무 보증에만 나서면 업무중복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수출 기업 지원의 '파이 확대'가 아니라 같은 파이를 두고 '출혈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을 주로 지원하는 무보의 보증료 수익이 감소하면 이들 기업의 수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무보는 연평균 3500억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무역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무보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수출 대책으로 역대 최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는데 그중 260조원을 무보가 맡고 있다. 하지만 수은과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기업보다 열악한 중소·중견기업 지원이 소홀해지고, 향후 보험료 인상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처럼 공공기관 내부에서 정부의 법령 정비 작업에 반기를 내건 것은 이례적이다. 무보 노조가 "법적 대응 등 모든 수단을 통해 개정을 저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남은 개정 과정도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이미 부처 간에 합의된 내용이고, 무보 노조가 지난해 국민감사 청구까지 했는데 다 기각된 바 있다. 수출과 수주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을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려고 하는 취지인 만큼 개정엔 문제없을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정종훈(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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