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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옳다

우리말에서 한 낱말이 여러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의어(多義語)라고 하는 현상입니다. 다의어는 중심 의미가 있고 주변 의미가 있습니다. 중심 의미 즉, 핵심 의미에서 조금씩 멀어지면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의미가 됩니다. 그런 점에서 다의어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사고를 살피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옳다’라는 말과 오른쪽이라는 말은 표기를 달리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의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른쪽을 옳다고 생각해서 오른쪽 손을 오른손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왼쪽의 ‘왼’은 ‘외다’에서 온 말인데 ‘그르다’라는 의미입니다. 영어에서도 ‘right’가 옳다는 의미와 오른쪽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오른쪽이 왜 옳다는 뜻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만 왼손을 금기시하였던 것이 원인이라는 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금기를 공부하면 인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왼손의 금기는 오래된 것이고 인류의 발전과 관련이 됩니다.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하는 것 역시 재미있습니다. 바르다는 말도 옳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말의 좋다는 옳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좋은 나라, 좋은 회사라는 말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옳다는 뜻입니다. 그러기에 좋은 나라의 반대는 싫은 나라가 아니라 나쁜 나라입니다. 나쁘다는 말은 낮다와 관련이 있습니다. 낮아지는 게 나쁜 겁니다. 나쁜 나라는 옳지 않은 나라라는 의미입니다. 좋다는 말의 기본의미는 좋아한다는 뜻입니다. 나는 네가 좋다는 말은 너를 좋아한다는 뜻이죠. 좋아한다는 말이 옳다까지 나아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여기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 나에 대한 믿음을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나쁜 게 있을 수 있다는 마음입니다. 우리는 나의 양심에 비추어 세상을 판단합니다. 그러기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나라가 나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는 나쁜 것을 좋아할 때 마음에 가책을 느낍니다. 함부로 나쁜 것을 좋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겁니다. 나쁜 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쁜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좋다는 말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 마을도, 이 나라도 모두 좋은 세상입니다. 그리고 좋은 세상이 되기 위해서 나도 한몫을 합니다. 나의 노력 없이 세상이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우리입니다. 내가 좋아져야 세상이 나아집니다.
 
우리는 내가 좋아하는 게 많아서 너무나 좋습니다. 좋은 게 많아서 행복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을 차례로 떠올려 봅니다. 자연스레 웃음이 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야, 좋다! 정말 좋다. 다 좋은 세상이다.’ 이렇게 외쳐 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옳으니까요.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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