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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코스피 '안갯속'…"R공포ㆍ어닝쇼크 줄줄이, 호재가 없다"

해가 바뀌어도 국내 증시는 안갯속이다. 첫 주 소폭 상승하며 지난 연말 최악의 부진은 끊어냈지만, 앞날을 가늠할 수 없어서다. 문제는 증시를 압박하는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날 만한 마땅한 이벤트(호재)가 없다는 점이다. 당분간 작은 이슈에도 크게 요동치는 살얼음판 장세가 이어질 거란 증권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표시된 코스피 지수.뉴스1
새해 첫 주 코스피는 2.4% 상승했다. 이틀 연속 하락하며 출발했지만, 정책이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 확대 소식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건설주 주가를 끌어올렸다. 대출 규제가 풀릴 거란 기대감에 KRX 은행 지수도 일주일 새 11.2% 뛰었다.

코스피는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시장엔 경계감이 여전히 짙다. 지난해부터 켜켜이 쌓인 악재를 털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수는 금리다. 정점도, 피벗(pivot·입장 선회)도 여전히 예측이 어렵다. 오는 12일(현지시각) 발표를 앞둔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둔화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연방준비제도(Fed)의 관심은 물가보다 고용과 임금으로 옮겨갔다.

6일(현지시각) 미국의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자는 22만3000명 증가해 예상(20만명)을 상회했다. 실업률 역시 3.5%로 역대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Fed는 물가 하락의 전제 조건으로 고용시장의 둔화를 지속해서 거론하고 있다”며 “강한 고용시장은 임금 상승 요인인 만큼, 고물가를 자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고용지표에도 6일(현지 시각) S&P500을 비롯한 뉴욕 3대 지수는 모두 2% 이상 뛰었다. 시간당 임금이 전월보다 0.3% 상승해 예상(0.4%)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4.6%를 기록해 1년 반만에 가장 낮았다. 물가상승 압력이 줄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지만, Fed의 고강도 긴축 의지를 꺾을 정도인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6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12월 지표는) 내 전망을 전혀 바꾸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뉴욕의 한 상점 앞에서 직원들이 박스를 싣고 있다. 연합뉴스

짙어지는 경기침체(Recession·R공포) 그림자도 증시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8일 발간한 ‘1월 경제동향’에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직격탄을 맞은 건 수출이다. 석 달 연속 역성장(12월 전년 동기 대비 -9.5%) 중인데 반도체 수출은 12월 29.1%나 감소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 규모는 1159억 달러(약 147조원)로 전년 대비 11.5% 줄어들 전망이다. 자동차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주력 산업의 처지도 비슷하다.

지갑도 닫히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1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8% 감소했다. 3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불안한 소비는 주요 유통업체의 매출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기저 효과와 월드컵 이벤트 등으로 전체 매출은 증가했지만, 소비의 질은 나빠졌다”며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에 이어 의복 등 준내구재까지 성장률이 감소하는 건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올해 상장사의 영업이익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우려해서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주요 259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 평균치)는 198조1268억원으로 2022년(200조9632억원)보다 1.4%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거의 모든 업종에서 부진이 관측되는데 한 달 전보다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높아진 건 종이∙목재, 의약품, 운수, 유통업종 정도다. 시장을 끌고 가는 주도주가 없다는 의미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0~21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2021~22년 2차 전지처럼 명확한 주도주가 없기 때문에 종목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는 투자자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 선적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뉴스1
시장의 냉기는 정체된 거래대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새해 첫 주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42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1%나 줄었다. 시가총액 회전율(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 역시 지난해 1월 하루 평균 0.53% 수준에서 이달 0.36%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투자를 주문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을 비롯한 경기민감업종 투자는 올해 1분기 전망치의 방향성이 잡힐 때까지 투자 시점을 늦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실적 대비 주가가 저렴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은 종목을 선별한 뒤, 반등 포인트를 찾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역 완화를 선언한 중국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감소하면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오프닝 효과로) 음식료, 의류 및 화장품, 여행∙항공∙카지노, 건설∙기계, IT∙가전 순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석(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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