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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빚 폭탄 터질라…다 풀어도 이건 못 푼다

정부가 전방위로 정책·세제·대출 등 주요 부동산 규제를 풀었다. 하지만 대표적 대출 규제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큼은 그대로 뒀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가계대출과 이에 따른 위기 가능성 때문에 DSR 규제를 풀 수 없는 게 현실이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가계부채(가계신용통계 기준)는 1870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중 카드 사용액 등 판매신용(113조8000억원)을 뺀 순수 가계대출만 1756조8000억원(가계부채 중 93.9%)으로 역시 사상 최고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아직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낮은 연체율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0.60%다. 통상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이 1~2%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낮다. 이는 일시적 착시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은이 2020년 취급 가계대출만 따로 떼 분석해 보니, 2013년~2019년 가계대출 연체율 장기평균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용도가 낮은 비은행권 연체율이 과거 평균(2013~2019년)보다 현저하게 낮게 나타나는 기현상까지 발생했다.

연체율이 낮아진 데는 우선 정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유예 및 만기연장 등 적극적인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을 펼친 덕분이다. 낮은 금리를 활용해 피해계층의 생활자금 대출도 지원했다. 코로나19 피해가 절정이던 2020년 4분기 연체율(0.9%)은 코로나19가 없었던 2019년 4분기(1.1%)보다도 낮아졌다.

연체율이 올라가기까지 1~2년 시차가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대출 초기에는 원리금 상환 거치 기간 등이 있어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해 연체율이 낮다. 통상 1~2%대를 기록하는 연체율도 대출 초기 1~2년은 0%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시차’가 발생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또 자산시장 호황도 연체율을 낮추는데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1~2년 새 부동산·주식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신용자가 대출을 늘려 투자에 나선 사례가 많아졌다. 통상 중·저신용자는 대출취급 후 3년 경과 시 연체율이 3.5%까지 급등하지만, 고신용자는 같은 기간 연체율이 0.1~0.3%로 올라가는 데 그친다. 부동산과 주식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2021년 2분기, 고신용자 대출은 1년 전보다 10.9% 급증했다. 고신용자 대출 증가는 전체 연체율을 낮춘다.

문제는 연체율을 낮췄던 이런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더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다. 코로나19 때 집중적으로 늘었던 가계대출은 1~2년의 시차를 거치고 올해부터 본격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자산가치 하락까지 겹쳤다.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에 정부는 DSR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규제까지 푼다는 것은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나눠서 갚게 한다는 기조를 정부가 스스로 허문다는 점에서 쉽지 않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DSR 규제를 당분간 유지해 가계대출 증가를 막으면서, 동시에 상환 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은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 집 마련이 절실하지만 DSR의 문턱이 높은 대출 실수요자라면 정부가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안심전환대출과 보금자리론, 적격대출을 통합한 상품이다. 주택값이 9억원 이하면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4%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총소득의 40%(비은행권 50%)를 넘지 못하게 하는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대출 갈아타기도 가능하다.



김남준.하남현(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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