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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속의 가난한 구두 수선공 시몬은, 낡은 외투를 아내와 번갈아 입고 늘 빵값을 걱정한다. 어느 눈 오는 날, 새 외투 만들 가죽을 못 사고 홧김에 술 취해 돌아오던 그는, 교회 앞에서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청년에게 자신의 외투를 입혀 집으로 데리고 온다. 처음 불같이 화를 내던 아내는, 그래도 그들의 마지막 남은 빵을 청년에게 준다. 하나님께 벌을 받아 이렇게 되었다고만 말하는 청년은, 빵을 보며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다.  
 
청년 미하일은 시몬과 함께 살며 구두 기술을 배워 시몬이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 어느 날 한 부자가 일 년 이상 신을 튼튼한 장화를 만들어달라고 맡긴 비싼 가죽을 미하일이 쓱쓱 잘라 샌들로 만들자, 시몬은 걱정에 빠진다. 하지만 곧 기별이 오기를, 이 부자가 급사하여 장화가 아니라 죽은자에게 신길 샌들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이 말을 들은 미하일은 두 번째로 웃는다.  
 
6년 후, 한 부인이 찾아와 쌍둥이 여아의 신발을 부탁하며, 그중 한 아이는, 엄마가 죽으며 그 위로 쓰러져 다리가 불구가 되었다는 말을 듣자, 미하일은 세 번째로 웃는다. 6년 전 그는, 남편을 잃은 어느 여자의 영혼을 찾아오라는 분부를 받았지만, 당시 막 쌍둥이를 출산한 그 여인 없이 아이들이 못 살 것 같아 차마 데려오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래야만 사람의 마음에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 가지 답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쌍둥이 엄마의 영혼을 데려간 후 땅으로 추락한 미하일을, 생계 걱정을 하며 지나가던 시몬이 집으로 데려가고 그의 아내가 하나 남은 빵을 주었을 때, 그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은 사랑임을 알았다. 아주 오래 신을 장화를 주문하는 부자 뒤에 서 있던 죽음의 천사를 보았을 때는,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임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데려간 엄마의 아이들을 돌보다 데려온 여인을 만났을 때, 그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걱정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마지막 답을 발견하면서, 날개가 돋고 하늘로 돌아갔다는 이야기이다.  
 


지난주 나의 책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출간된 후, 뜻밖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번 토요일 낮 10~12시 사이에는, 뉴저지 팰리세이드팍 Jubilee 카페에서 북 사인회도 가지게 되었다. 인세 전액을 한국  미혼모·미혼부들을 돕는 ‘러브더월드’에 기증한다는 나의 말에, 많은 분이 책을 사주시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전무한 나의 책이, 심지어 알라딘에서 심리학 분야 신간 베스트 1위를 아직 유지하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일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 맞다. 사람 마음속에 있는 것, 사랑 맞다. 그 단체가 지원하는 미혼모·미혼부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움직임도 시작되어, 벌써 백 권 넘게 보냈다. 이 책이, 심리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사막 같은 현실의 젊은이들뿐 아니라, 나이 들어가는 분들에게도 큰 격려와 도전이 된다는 말을 듣는다. 나의 부족한 책이, 올겨울 힘들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사람들 선한 마음에 불씨 하나 지피게 된 것 같아 감사할 뿐이다.

김선주 / NJ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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