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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바로 위…'친미' 필리핀 대통령에 공들이는 시진핑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오른쪽 두번째) 중국 국가주석 부부와 국빈 방문 중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왼쪽 두번째) 필리핀 대통령 부부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70) 중국 국가주석이 4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66) 필리핀 대통령과 베이징 회담으로 2023년 정상외교를 시작했다. 시 주석은 마르코스 대통령을 맞아 그의 부친 마르코스 시니어 전 필리핀 대통령과 마오쩌둥 주석의 인연을 앞세워 환대했다.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이 지난해 6월 마르코스 대통령 취임 후 미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온 것을 의식한 전략적 예우로 풀이된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48년 전 당신의 부친은 중국 지도자와 함께 시국을 통찰하고 대세에 순응해 중국-필리핀 수교라는 역사적 결정을 함께 내렸다”며 “이후 반세기 동안 국제 정세의 급변과 필리핀 국내 정국의 변화에도 당신과 당신 가족은 하나의 초심과 큰 뜻으로 양국 우호를 추진했으며, 이러한 우정은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974년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시니어(재임 기간 1965~1986) 전 대통령이 부인 이멜다 여사와 베이징을 전격 방문해 마오쩌둥 주석과 회담을 갖고 이듬해 양국 수교의 초석을 놓았던 인연을 중시한 발언이다. 당시 17세이던 마르코스 현 대통령도 함께 베이징을 찾았다.
지난 1974년 17세 나이로 베이징을 방문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현 필리핀 대통령이 마오쩌둥(가운데) 중국 주석, 모친 이멜다(오른쪽) 여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탄친 웨이보 캡쳐

관영 신화사 산하의 SNS ‘뉴탄친(牛彈琴)’은 4일 마르코스 대통령은 현직 세계 정상 중 마오쩌둥과 만나 악수하고 기념 촬영한 유일한 국가 원수라며 사진을 공개했다. 필리핀 농업부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 마르코스 대통령을 배려해 탕런젠(唐仁健) 중국 농업부장이 공항에 나와 영접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중국 시장을 뚫겠다며 ‘두리안 외교’로 이번 방중을 명명하고 대규모 경제 대표단을 대동했다.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던 남중국해 분쟁은 양국 외교부간 국장급 소통 메커니즘을 설치하는 수준에서 봉합했다. 시 주석은 “우호적인 협상 방식으로 해상 문제를 원만히 처리하고, 유전·가스 개발 협상을 재개하며, 다툼이 없는 지역에서 유전·가스 개발 협력을 진행하자”고 밝혔다. 또 “양국 정상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깊고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한 뒤 이 문제가 양국 관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의견 차이를 타당하게 관리·통제하는데 동의했다”고 5일 중국 외교부가 공동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오른쪽) 필리핀 대통령과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 주석은 “당신의 이번 방중은 ‘회고의 여행’일 뿐만 아니라 ‘창업의 여행’이 되길 희망한다”며 “서로 돕는 좋은 이웃, 서로 아는 좋은 친척, 협력 공영의 좋은 동반자가 되자”고 희망했다. 중국중앙방송(CC-TV) 등 중국 관영 매체는 “필리핀과 ‘세 가지 좋은 관계’를 맺고 농업·인프라·에너지·인문 4대 영역에서 협력해 중국과 필리핀 우호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자”고 시 주석의 제안을 홍보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 주석의 환대 배경에는 필리핀의 전략적 가치가 자리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뉴욕 회담, 11월 필리핀을 방문한 캐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마닐라 회담에서 다수의 필리핀 군사시설에서 미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 북서쪽에 자리한 클라크 미군 공군기지는 대만 최남단에서 약 750㎞에 불과하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후텐마 기지와 가데나 기지에서 대만 최북단과의 거리 630㎞와 비슷하다.

지난해 3월 미국과 필리핀의 연례 연합군사훈련 ‘발리카탄’을 진행한 클라베리아 해변은 대만 최남단과 약 350㎞에 불과하다. 대만에서 군사 충돌이 발생했을 경우 필리핀 기지의 사용 여부는 전황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필리핀 신정부는 전임 두테르테 정부와 달리 친미 성향을 드러냈다.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미국 주재 필리핀 대사는 대만 유사시 미군이 필리핀에 있는 군사 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부로 허용할 가능성을 지난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비쳤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마닐라 회담 다음 날 분쟁 중인 남중국해 팔라완을 방문해 “필리핀 군대·관용 선박 또는 항공기에 대한 무장 공격은 1951년 미국-필리핀 상호 방위 조약의 4조에 따라 미국이 상호 방위 공약을 발동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중국은 20차 당 대회 이후 대만 주변국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당 대회 폐막 후 첫 외빈인 응우옌푸쫑(阮富仲)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는 시 주석과 회담에서 “대만과 어떤 형식의 공식 관계를 발전시키지 않겠다”면서 “베트남은 타국이 베트남에 군사 기지를 건립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어떤 군사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필리핀은 베트남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국방, 안보, 과학기술, 무역투자 등 영역에서의 추가적인 협력 방안을 추구한다”며 “서로 편리한 시기에 연례 국방안보 대화를 소집하는 데 합의했다”는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리밍장(李明江) 싱가포르 남양이공대 교수는 “마르코스 대통령의 대중국 노선은 원미친중(遠美親中,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에 접근)의 두테르테와 ‘친미원중(親美遠中)’의 베니그노 아키노3세 전 대통령 중간의 균형외교 노선”이라며 “이번 방중으로 중국과 경제관계를 강화하길 희망하지만, 남중국해 문제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4일 펑리위안(오른쪽) 중국 국가주석 부인과 루이스 아라네타 마르코스(왼쪽) 필리핀 대통령 부인이 베이징 국가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화합공생-고궁·국가박물관 문물 연합전시회’를 관람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한편, 시 주석의 올해 신년 행보에서 ‘아버지 코드’가 주목된다. 신년사를 발표한 집무실에 자신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1913~2002)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사진을 처음 공개했다. 4일 아버지 마르코스 시니어 대통령과 함께 1974년 마오쩌둥을 만났던 필리핀 대통령을 첫 국빈으로 골랐다. 이어 5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세르다르 베르디무함메도프(42)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의 아버지와 시 주석은 관계가 돈독하다. 15년간 집권한 구르바굴리 베르디무함메도프 전임 대통령은 현 대통령의 부친이자 지난해 2월 베이징 겨울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시 주석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신경진(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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