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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오죽하면 씨’에게 대박 나기를

겨울비가 내렸다. 이제 옷장을 정리할 시간이다.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 정리법을 따라 만졌을 때 설레지 않는 옷, 다음 계절에 다시 입고 싶지 않은 옷, 오늘 갑자기 온도가 바뀌면 당장 입고 싶지 않은 옷들과 유행이 지난 옷, 하도 빨아서 작아진 옷, 소매 끝이 해어진 옷, 왜 샀을까 하는 옷, 입고 싶어도 맞지 않아서 입지 못하는 옷, 그리고 보기에는 예쁘나 입으면 행동거지가 불편한 옷들을 골라내고 버리기 아까운 옷들은 기부용 박스에 넣었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또한, 지난 3년 동안 세 번 이상 꺼내 입지 않은 옷도 걸러냈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 기간이라서 지난 3~4년 동안 입은 적이 없는 옷들이 수두룩했다. 그래서 기부하기에는 앞으로 입을 기회가 많아질 옷은 아예 집에서 입고 있기로 했다. 오늘 아침에는 홈쇼핑 센터에서 산 긴 원피스 드레스를 입었다. 그리스 여신의 옷 같다고 해서 가격도 보지 않고 산 옷이다. 과연 여신의 옷같이 뒤 천이 나풀거린다. 교회 갈 때 입기에도 좀 요란한 디자인이어서 결혼식에 갈 때 한 번 입었다. 여신이 별거냐 설거지하고 배큠하는 여신도 있어야지 하며, 이 옷을 입고 집안일을 했다. 이제 한 3년 정도 가지고 있어도 마음에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옷 정리를 했다고 하니, 언니가 입던 옷 중에서 버리기 아까운 옷이 있으면 달라고 했다. 아는 사람이 중고 시장에서 남이 입던 옷을 파는 장사를 시작한단다. ‘새 옷 파는 장사가 아니라 중고 의류 파는 장사?’라고 다시 물으니, 사정이 딱한 사람이라 했다. 난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바로 이 시간 누군가는 인생의 낮은 곳을 걷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 ‘오죽하면 씨’는 지금 밑천 들지 않는 장사를 시작하려고 한다.  
 
누구나 한번은 밑바닥 치는 삶을 산다. 난 이런 상황에서 하늘을 향해 소리 지르며 삿대질하는 사람, 모든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탓하는 사람, 불완전한 세상을 불평하는 사람, 그리고 나중에는 본인은 물론 식구들까지 원망하면서 한평생 주저앉아 사는 사람도 봤다.
 


하지만 ‘오죽하면 씨’는 그곳에서 일어서려고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도와줘야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다시 기부함과 옷장을 정리하며 쓸만한 옷 몇 벌을 보냈다. 나의 작은 도움이 힘이 되었으면 한다. 곤고하고 낙망 될 때 옆에 기댈 언덕이라도 있으면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기가 쉽다. 백지장도 맞드는 것이 낫지 않는가.  
 
언젠가는 우리도 한번은 그 길을 걷는다. 새해에는 ‘오죽하면 씨’에게 대박이 나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에게도 만사형통하고 대박 나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리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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