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로 뽑은 신입, 나이가 40대 후반…면접관마저 놀랐다
최근 한 핵심 공공기관에 40대 후반 A씨가 신입 직원으로 합격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 경력에, 전문 자격증까지 딴 그는 서류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블라인드 채용(나이·성별·학력 등 차별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 때문에 나이를 알지 못했던 면접관들이 A씨를 직접 만나고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보통 신입 직원과 A씨의 나이 차가 거의 20년 가까이 나다 보니 면접관이 놀라긴 했다. 그래도 입사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나이가 워낙 많다 보니 말단 직원 생활에 잘 적응할지, 잠깐 경력만 쌓고 다른 민간기업으로 이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공정 채용엔 “가장 효과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1/08/272b04a8-58c8-4944-ac1a-84524c096a12.jpg)
학력·나이 등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도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55개 공공기관 채용 담당자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가지 인적 속성(출신 지역·출신학교·나이·성별·외모)에서 블라인드 채용 이후, 신입 직원의 다양성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안·높은 이직·우수 인재 유치는 문제
![한국원자력연구원 전경. 중앙포토](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1/08/a2ac2b63-b0ef-4953-92a8-740602c9ac42.jpg)
절차적 공정성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일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1년 내 퇴사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필기시험 비중이 커져 과거 고졸 출신이 수행했던 업무를 고득점을 받은 대졸 출신이 차지하게 됐고, 낮은 업무 만족도에 이직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단순 반복적 업무에 고학력자를 배치하다 보니 한때는 신입사원 이직률이 26%까지 높아진 적도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더 높은 보수 등 나은 조건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차별적 요소로 꼽히는 학력·학점 같은 이른바 ‘스펙’을 일부 기관과 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수 인재 유치가 필요한 국책 연구기관 39곳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아예 올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민간서도 찬반 엇갈려…“합리적 안 찾아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https://news.koreadaily.com/data/photo/2023/01/08/184bbc6d-6a10-4724-8c45-1a657491edba.jpg)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블라인드 채용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보니 인사 담당자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이라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며, 각 회사의 여건에 맞춰 합리적인 안을 찾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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