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로 뽑은 신입, 나이가 40대 후반…면접관마저 놀랐다
최근 한 핵심 공공기관에 40대 후반 A씨가 신입 직원으로 합격했다. 외국계 회사에서 일한 경력에, 전문 자격증까지 딴 그는 서류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면접에서는 ‘블라인드 채용(나이·성별·학력 등 차별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 능력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 때문에 나이를 알지 못했던 면접관들이 A씨를 직접 만나고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공기관 관계자는 “보통 신입 직원과 A씨의 나이 차가 거의 20년 가까이 나다 보니 면접관이 놀라긴 했다. 그래도 입사에 문제가 되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나이가 워낙 많다 보니 말단 직원 생활에 잘 적응할지, 잠깐 경력만 쌓고 다른 민간기업으로 이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공정 채용엔 “가장 효과적”
학력·나이 등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점도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55개 공공기관 채용 담당자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가지 인적 속성(출신 지역·출신학교·나이·성별·외모)에서 블라인드 채용 이후, 신입 직원의 다양성이 ‘높아졌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보안·높은 이직·우수 인재 유치는 문제
절차적 공정성만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 2020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공기관 채용정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일부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1년 내 퇴사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에 필기시험 비중이 커져 과거 고졸 출신이 수행했던 업무를 고득점을 받은 대졸 출신이 차지하게 됐고, 낮은 업무 만족도에 이직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연구에 참여했던 한 공공기관 인사 담당자는 “단순 반복적 업무에 고학력자를 배치하다 보니 한때는 신입사원 이직률이 26%까지 높아진 적도 있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더 높은 보수 등 나은 조건 찾아 철새처럼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에서 차별적 요소로 꼽히는 학력·학점 같은 이른바 ‘스펙’을 일부 기관과 기업에서는 오히려 더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수 인재 유치가 필요한 국책 연구기관 39곳은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아예 올해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폐지하기로 했다.
민간서도 찬반 엇갈려…“합리적 안 찾아야”
정연우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블라인드 채용의 장단점이 명확하다 보니 인사 담당자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한 것”이라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힘들며, 각 회사의 여건에 맞춰 합리적인 안을 찾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김남준(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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