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돌 앞둔 완성차· 배터리기업 "앞으로 10년 '후진' 없는 투자"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일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산불’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는 지난해 12월에만 25억 달러(약 3조1700억원)를 조달했다. SK온도 최근 2조8000억원을 마련했다. 두 회사가 조달한 투자액을 더하면 6조원에 이르지만,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근 발표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채우기엔 한참 부족이다.
올해 전기차 판매량 1000만대 첫 돌파
전기차 투자에 후진은 없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27조3000억원을 국내·외 공장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1조원은 국내 전기차 생산 능력 확충과 전용 전기차 라인업 다양화 등에 투입된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양산차 기업, 조 단위 투자 본격화
배터리 수주전에서 자금력 싸움으로
반면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지난해 유럽에서만 1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CATL의 중국 내 투자액수를 포함하면 K배터리 3사 투자액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도 있다.
K배터리의 해외 진출은 순항 중이지만 투자금 조달은 여전히 부담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한 곳을 새롭게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조5000억~2조원에 달한다. 배터리 3사가 최근까지 밝힌 해외 공장 신설 계획에 필요한 단순 투자액만 더해도 25조원에 이른다.

이제 막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배터리 기업에 조 단위 투자금을 마련하는 건 상당한 부담이다. 한 예로 국내 1위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17조61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9763억원에 그친다. 영업이익을 모두 쏟아부어도 배터리 공장 한 곳을 건설할 수 없다는 의미다. 배터리 제조사들이 양산차 기업과 손을 잡고 합작사를 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얼티엄셀즈는 지난달 미국 에너지부에서 25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 과정에서 GM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LG에너지솔루션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SK온은 지난달 모기업 SK이노베이션에서 2조원을 조달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미국과 헝가리 등에서 동시다발로 공장 신설을 진행하고 있어 자금 압박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참고로 지난해 3분기 기준 SK온의 단기 차입금은 5조원을 넘어섰다. 2021년 말과 비교해 1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SK온 측은 이날 “자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마련하고 있어 공장 신설 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공장 신설이 느린 삼성SDI는 배터리 수익성 극대화와 함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체적으로 필요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K배터리 기업들이 속도 조절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비 증가와 조달금리 상승으로 기존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 증설에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신규 배터리 기업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기헌(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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