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이민자 86명…118년 만에 200만 명
[한인 인구 증감추이와 현황]
한국 태생 이민 감소, 혼혈 증가
인구 증가율은 매년 둔화 경향
인구수 정체돼도 정치력은 신장
올해 1월 13일은 한인 이민 120주년이 되는 해다. 120주년을 맞아서 미국 한인 이민 인구 변화를 짚어본다.
▶ 한인 인구 성장세
하와이에 처음 도착한 102명중 16명은 고된 여정에 병을 얻어 한국으로 돌려보내졌다. 86명이 첫 한인 이민자인 셈이다. 1902년 86명은 118년 만에 2만 배 이상 성장했다. 미국 내 한인 인구가 200만 명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센서스국이 최근 공개한 '2021년 아메리칸커뮤니티서베이(ACS)' 통계에 따르면 한인 인구는 총 196만2184명(혼혈 포함)으로, 전년(192만6508명)보다 3만5600명(1.85%) 더 많았다.
한인 연령의 중위 수치는 43세, 혼혈인을 포함했을 경우 36.6세로, 2년 전 발표된 2019년도 조사보다 높아졌다. 당시에는 각각 41.1세와 36.1세였다.
고령인구 비율도 높아지고 있었다. 65세 이상 인구는 16.7%(혼혈 포함 12.9%)로, 2019년도의 15.4%(12.2%)보다 각각 1.3%포인트, 0.7%포인트 늘었다.
캘리포니아주에는 55만8338명(혼혈 제외 46만3808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LA카운티 한인은 2년 전의 23만1147명보다 1.8% 줄어든 22만6793명(혼혈 제외 20만138명)이며, 오렌지카운티에는 11만1292명(혼혈 제외 9만9566명)으로 파악됐다. LA시는 같은 기간 1% 늘어난 11만1794명(혼혈 제외 10만2406명)을 기록했다.
미국 내 한인 인구는 증가하고있지만,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대 로스쿨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미국 이민자 수가 지난 10년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그래프 참조〉
1980년 한국 태생 이민자 수는 29만 명이었으며 10년 후인 1990년에는 56만8000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증가세가 둔화해 86만4000명, 2010년에는 110만 명이 됐다.
약 10년 후인 2019년에는 한국에서 태어난 미주 한인 인구는 103만9000여명이었다. 2010년의 110만 명과 비교해서 약 6만 1000명(6%)이 줄었다.
한국 태생 이민자의 미국으로의 이주는 1960년대 중반 이민 문호를 열어주는 미국 이민법 개정 이후에는 본격화했다. 한인 이민이 정점을 찍은 1985∼1987년에는 연간 3만5000여명의 한인이 미국으로 향하면서 한국은 멕시코와 필리핀에 이은 3대 이민국이 되기도 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감소세를 보인 한인 이민은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면서 다시 증가했지만, 그 이후 성장세는 꺾였다.
이민 정책 전문가들은 1세대 이민자의 자연 감소와 한국인들의 이민 대상국의 다변화 등을 한인 태생 인구 퇴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즉, 한인 이민 1세대들이 사망하면서 한국 태생 인구가 주는 데 반해서 한국 신규 이민자 수가 자연 감소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미국은 한국인의 이민 선호 대상 국가 중 하나일 뿐 과거 1980·90년대와 같이 최고의 선망 국가는 아니라는 점도 이런 현상에 일조한다. 이민 대상국 선호 국가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호주,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됐다.
한국인들의 이민 패턴이 변화한 것도 감소 이유 중 하나다. 가난하고 궁핍했던 1960년대엔 이민 통로는 국제결혼과 연고 이주에 따른 것이었고 한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된 1970년대엔 취업 이민이 급증했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한창이던 1980년대 중반부터는 투자 이민이 빠르게 늘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는 투자와 취업 이민이 균등해졌다. 그러다 한국의 경제와 품격이 격상된 2000년대부터 한국인들의 미국을 포함한 해외 이민은 감소했다.
다시 말해, 미국 내 이민자 사회가 급성장이었던 시기에는 한인 이민자가 미국에서 스몰비즈니스를 설립하고 번창한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에 정착했다. 반면, 최근에는 미국 스몰비즈니스의 어려움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기 쉽지 않아진 데다 한국의 국격과 경제력 상승으로 이민 패턴이 양분화됐다. 자본력을 갖춘 한국인들의 투자 이민이 늘어나고 서민들의 경우엔 비숙련공 취업이 주된 이민 통로가 됐다. 한국의 국제이주개발공사측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중상위층의 투자 이민과 서민들의 비숙련공 취업 이민으로 양극화되면서 중간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 한국 태생 이민자 수의 증가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 재미동포 현황
한국 외교부가 집계해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재외동포 현황을 살펴보면 한인 이민자의 또 다른 단면을 확인할 수 있다. 20201년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미국 재외동포 수는 2015년 223만8989명이었다. 2017년에는 249만2252명으로 2년 동안 26만 명 이상 늘었다. 2019년에는 그 수가 254만6982명으로 2017년과 비교하면 5만4000여명 증가에 그쳤다. 2021년 집계치는 263만3777명으로 2019년에 비해서 8만5000명(3.41%) 이상 증가했다.
거주 자격별로 봐도 LA가 영주권자(11만5100명)와 시민권자 43만3563명으로 전국에서 한인 수가 가장 많았다. 뉴욕의 경우엔 영주권자와 시민권자가 각각 5만256명과 18만8565명이었다. 시카고 지역은 영주권자가 수가 3만9851명으로 뉴욕보다 적었지만, 시민권자가 20만9892명으로 뉴욕보다 많았다.
미국 내에서 한인 인구는 신장세지만 한국으로부터의 이민은 80·90년대의 열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즉, 이민자 사회는 위축되고 있지만, 정치력 등 미국 내 한인사회의 위상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다만, 한인 이민 1세대의 고령화와 빠른 자연 감소로 인한 한국어 사용 위축과 한인 정체성 위기는 한인 사회가 풀어야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우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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