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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노동자회 박선영 정책연구위원 “성차별적 괴롭힘, 용어 변경 필요해”

10일 ‘2022 청년의제포럼’ 통해 ‘성평등한 일터 만들기’ 발제

 
 
 
9월 14일 신당역 여성 역무원 살해 사건, 10월 29일 이태원 사회적 참사가 연이어 발생했다. 사회적 참사는 직접적인 희생자뿐만 아니라 청년과 공동체 전체의 트라우마 피해로 이어졌지만 사회적 참사의 맥락과 사회적 역할, 트라우마 극복 방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부재했다.
 
[2022 청년의제포럼에서 발언 중인 박선영 정책연구위원]

[2022 청년의제포럼에서 발언 중인 박선영 정책연구위원]

서울특별시 청년허브(이하 청년허브)는 이러한 문제를 논의하고자 지난 10일 사회적 참사에 대한 청년들의 트라우마 극복을 돕고 다방면의 안전한 사회를 모색하기 위한 '2022 청년의제포럼 청년의 안전, 안정, 안녕'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사회 공동체의 트라우마 극복 방법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사회적 참사의 맥락과 공동체의 애도(정원옥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학 겸임교수) ▲청년의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공동체의 역할(백명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총무위원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청년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성평등한 일터 만들기(박선영 한국여성노동자회 정책연구위원) ▲청년공론장 FGI 결과: 청년의 시각에서 본 사회적 참사(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포럼의 논의 주제 중 하나인 ‘청년의 안전한 일상을 위한 성평등한 일터 만들기’를 발제한 한국여성노동자회 박선영 정책연구위원을 만나 한국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일상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Q1. 노동시간 확대와 여성 근로자의 안전은 어떤 연관이 있는가?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을 근간으로 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현재 노동의 문제, 기후 위기, 돌봄의 위기, 저출산의 위기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사람 중심의 사회, 즉 돌봄 중심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노동시간은 단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노동시간 확대는 여성의 가정과 시장화된 돌봄 노동을 확대한다. 그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일터에서 혹은 가정에서 버티지 못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초단시간, 시간제 노동 등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장시간 노동은 여성 노동자의 과로, 실업률과 질 낮은 일자리로의 증가, 돌봄 노동 가중 등으로 이어져 안전한 삶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청년 여성 노동자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주 40시간의 노동시간, 휴식, 병가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보장되어야 하며 성평등한 조직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정부 정책은 청년들의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하나의 권리로 기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2. 청년 여성 노동자의 성차별 없는 안전한 일터를 위해 ‘성차별적 괴롭힘’ 용어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청년여성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단순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분류할 수 없다. 지난 8월, 여성이나 막내 등 특정 직원에게 점심식사 준비와 청소를 지시한 한 은행의 사건과 같이 ‘여성이라서’, ‘어리니까’, ‘신참이니까’, 때로는 ‘비정규직이니까’라는 여러 이유들이 겹쳐지면서 직장 내 괴롭힘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성희롱은 아니지만 은연 중에 ‘젊은’ 여성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성차별적 괴롭힘은 아직까지 정확한 이름조차 붙어져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명명이 필요하다. 현재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가장 근접한 방법은 직장 내 괴롭힘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특별한 구제기관 없이 괴롭힘의 주체일 수도 있는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 그래서 직장 내에 만연한 성차별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수용하고 변화를 도모할 주체가 없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해 많은 여성들이 직장 내 성희롱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성적 함의가 없는 경우 직장 내 성희롱으로 수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성희롱이라는 문제제기에 대해 성희롱이냐 아니냐는 판단에만 집착하는 상황에서 성희롱이 아니라는 최종 판단을 얻은 여성들은 높은 우울도를 보이며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성차별적 괴롭힘’으로 명명하고 적합한 구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Q3.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를 마련하기 위한 지방 정부 및 지역의 역할은 무엇인가?
 
지방정부는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과 양육의 책임자라는 이분법적 관점의 노동정책에서 벗어나 성평등 노동 관점을 확립하고 이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할 시점에 와있다. 더욱이 청년여성노동자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성차별적 문제들은 지방정부의 노동정책 내 성평등 관점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성평등 공시제 도입, 채용 성차별 감독 등 고용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는 행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부터 모범 사업장이 되어 상시지속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계약직, 시간제 일자리, 초단시간 노동 등을 지속적이고 전면적으로 없애야 한다. 청년여성노동자들은 취업과 실업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50%에 육박하여 계약 만료 등 비자발적인 퇴사 비율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지자체에서 나서서 먼저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살시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우울감에 대해 직접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상담지원센터 운영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현재 지방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담지원센터는 산발적이며 회기별로 상담이 짜인 단기프로그램으로 임시 운영되고 있다. 이를 상시적이고 안정적인 상담지원센터로의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안전하지 못한 요소들이 모여 청년에게 사회적 참사와 트라우마의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목격했다. 또한 참사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안전과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공동체의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청년의 안전한 일상과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청년 당사자가 모여 청년의 목소리로 사회적 참사, 노동환경과 근로조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청년 노동자의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기본적인 근로조건, 수평적이고 성평등한 조직문화의 일터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마련되길 바란다.
  

박원중 기자 (park.wonjun.j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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