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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얌체 상술에 위협 받는 ‘신용 거래’

박낙희 경제부 부장

박낙희 경제부 부장

소형 무선 청소기가 배터리 수명이 다 됐는지 더는 충전이 안 돼 대형 생활용품 전문매장을 찾아가 신상품을 구매했다. 집에 와서 개봉해 보니 신제품 대신 엄청 낡은 구형 청소기가 들어있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황당함에 살펴보니 누군가 구매한 후 쓰던 구형을 넣어 리턴한 것이었다. 물건을 챙겨 바로 매장을 찾아갔다. 가는 동안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하지? 과연 내 말을 믿어줄까?’ 근심이 몰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매장 직원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면서 한마디로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억울하다며 50달러에 내 양심을 팔겠냐며 항변했다. 결국 매니저가 나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환불해줬다. 돈을 받아 들고 매장을 나서는데 리턴된 제품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매장 측의 업무 태만 때문에 이런 수모를 겪었다고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 그나마 내 경우는 운이 좋았던 케이스다.  
 
지난 6월 부모로부터 고등학교 졸업 선물로 조립 컴퓨터 부품들을 아마존에서 배송받은 매튜 레고는 690달러짜리 그래픽카드 박스를 오픈해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플라스틱 그래픽카드 케이스 안에는 전자부품 대신에 중량을 맞추기 위한 창문용 접착제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소식을 전해 들은 아버지 프랑수아는 바로 아마존 리턴 수속을 시작해 해당 제품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아마존으로부터 돌아온 것은 환불 불가라는 통보였다. 제대로 된 제품을 반환하지 않으면 환불을 못 해준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반환된 모조품은 다른 직원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어 폐기처분 했다고 한다. 프랑수아는 접착제로 채워진 플라스틱 케이스가 어떤 해가 된다고 폐기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수년간 아마존 로열 커스터머로 리턴을 한 일이 거의 없다고 항변했다. 프랑수아는 모조품의 사진과 함께 정황을 수차례 설명했으나 아마존은 반복해서 제대로 된 제품을 반환하라고 요청하며 기한 내 반환 안 될 경우 케이스를 종료하겠다고 통지했다. 결국 프랑수아는 탐사보도 방송 매체에 억울함을 알렸고 매체가 조사에 나선 뒤에야 아마존으로부터 사과와 함께 5개월 만에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마케팅 전문가 마크 고든은 “반환된 제품이 폐기 처분됐다고 알리는 것은 아마존이 고객과의 대화를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증하면서 고객 불만이나 리턴이 많이 늘어나자 이 같은 해프닝이 적잖게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선 청소기 환불 해프닝 이후로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물품을 배송받게 되면 항상 스마트폰으로 개봉 장면을 녹화하고 있다. 좀 귀찮긴 하지만 개봉한 제품이 신품이고 문제가 없으면 영상을 삭제하면 된다. 경험상 문제 발생 시 환불이 쉽지 않은 경우 개봉 영상이 있다고 하거나 유튜브에 올린 후 링크를 보내면 바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영상 녹화가 어렵다면 스마트폰으로 사진 몇장이라도 촬영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리뷰란에 사진이나 영상과 함께 내용을 포스팅한 후 고객서비스 담당자에게 리뷰를 참고하라고 해도 된다.
 
매장에서 구매한 경우에는 계산대를 나와 매장 내에서 박스를 열어보고 확인하는 것도 피해 예방의 한 방법이다. 글로벌물류업체 피트니 보우스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매출 리턴율이 지난 2020년 18.1%에서 지난해 20.8%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온라인 리턴 물품의 경우 배송비, 수속비용 등으로 인해 판매가에서 평균 21%의 감가상각이 발생하기 때문에 판매자 입장에서도 손해가 크다.
 
‘리턴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소비자가 대우받는 미국에서 일부 비양심적인 쇼핑객과 얌체 상술, 사기 판매 행위로 인한 피해가 커지고 있다. 물건이 배송돼 개봉해 보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게 됐으니 어디에나 맑은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씁쓸함이 가시지 않는다. 연말연시 쇼핑 시즌에 참고해 피해 보는 일이 없길 바란다.

박낙희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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