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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한국어교육과 영어교육의 대결

우리의 언어교육은 서양에 비해서 수준이 낮을 거라는 생각이 큰 것 같습니다. 특히 영어교육과는 비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자의 수와 시장의 규모가 다르니 따라갈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우리가 부족할까요? 특히 우리의 한국어교육은 영어교육에 비해서 수준이 많이 낮을까요? 연구자의 능력은 어떠할까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어교육은 분명히 영어교육에 비해서 규모가 작습니다. 그야말로 시장이 다릅니다. 교재의 시장이 다르고, 평가의 시장이 다르고, 연수의 시장도 다릅니다. 투자 금액도 다를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르다는 점은 한국어교육의 장점을 도드라지게 합니다. 영어교육의 연구를 보면서 저는 한국어교육과 다른 문제점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어교육 연구자들이 영어교육에 의존하는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말도 됩니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언어교육의 사고가 지나치게 영어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영어교육이나 영어가 중심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겠지만 모든 언어 교육이 꼭 그런 것은 압니다. 한국어 교육에서는 학습자의 언어를 중요시합니다. 한국어 선생님 중에는 여러 언어가 가능한 사람이 많습니다. 다른 언어교육의 성과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시험합니다. 그러나 영어교육은 이러한 점이 부족합니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인은 많지만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영어교사나 연구자는 적습니다.
 
영어를 중심에 준 언어교육에서 보면 한국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하지만 다른 언어의 기준에서 보면 한국어가 꼭 어려운 언어는 아닙니다. 어렵더라도 제일 어려운 언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가 쉽다는 학습자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본인이 대표적이겠죠. 이른바 알타이어라고 하는 몽골어나 터키어 화자 등도 그러할 겁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등도 알타이어권입니다.  
 
또한 한국어의 계통을 지금은 알타이어라고 하는데 예전에는 우랄 알타이어라고 하던 시절도 있습니다. 그때의 핀란드어나 헝가리어에서도 한국어가 어려운 언어는 아닙니다. 조사나 보조동사 등이 발달한 미얀마어나 타밀어 등도 한국어가 제일 어려운 언어는 아닙니다. 한자어라는 공통점이 있는 중국어와 베트남어의 경우도 한국어가 제일 어려운 언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역설적이지만 영어는 배워야만 하는 언어라는 점입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진학을 위해서도 영어를 꼭 배워야 합니다. 동기가 분명합니다. 한국어와는 학습의 동기나 강도가 전혀 다릅니다. 영어 점수를 잘 받아야 진학도 하고, 취업도 합니다. K팝이 좋아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교육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구와 교수법의 접근이 달라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학습자의 연령에 관한 것입니다. 이 부분이 영어교육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영어를 배우는 학습자는 빠르면 유치원부터 늦어도 중학교부터는 배우기 시작합니다. 당연히 아동학습자가 중심입니다. 이른바 언어학습은 어릴 때 배워야 완벽한 학습이 가능하다는 결정적 시기 가설은 한국어와는 거리가 멉니다. 아예 관계가 없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입니다.
 
한국어 학습자는 대부분 성인학습자입니다. 학습의 시작도 고등학교 졸업 이후가 대부분이고 대학 졸업 이후인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영어교육의 수많은 이론은 한국어교육에 맞지 않습니다. 교재도 대부분 한국어교육의 실정과는 거리가 멉니다. 교수법이나 학습법도 대부분 한국어교육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교재나 교수법, 학습자 활동이 모두 유치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한국어교육은 할 일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한국어교육이 세계 언어교육의 미래를 이끌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영어교육의 시대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언어를 배우는 시대가 될 겁니다. 어쩌면 영어 같은 주류의 언어는 AI가 해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행복한 일입니다. 마음의 치유가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한국어교육이 보여줄 수 있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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