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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별것 아닌 것의 위로

“뭘 좀 먹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거요.”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속 대사는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갓 지은 밥 한 그릇, 달콤한 케이크 한 조각이 지친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별거 아닌 거에 위로를 받는 순간이다. 소설의 ‘별것 아닌 것’과 현실의 ‘별거 아닌 거’의 차이는 뭘까? ‘별거’는 ‘별것’, ‘거’는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별것 아닌 것’을 입말로 표현하면 ‘별거 아닌 거’가 된다. ‘거’에 서술격조사 ‘이다’가 붙으면 ‘거다’가 되고 주격조사 ‘이’나 보격조사 ‘이’가 붙으면 ‘게’로 형태가 바뀐다. “곧 힘낼 거다” “사는 게 뭐라고”처럼 쓰인다.
 
“어떤 것으로 할까” “어떤 거로 할까” “어떤 걸로 할까” 중 올바른 문장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의미상 차이는 없다. ‘것으로’를 입말로 하면 ‘거로’가 된다. ‘걸로’는 ‘것으로’의 줄임말이다. ‘것’의 형태일 때는 앞말과 잘 띄다가도 ‘거’로 모습을 바꾸면 앞말에 붙이는 경우가 많다. ‘것’ ‘거’ 모두 의존명사다. 앞말과 띄는 게 원칙이다.
 
‘게’와 ‘걸’의 형태가 됐을 때 혼란은 가중된다. ‘게’가 ‘것이’의 줄임말이면 띄지만 어미나 조사로 쓰이면 붙인다.
 
“힘든 게 많죠” “버티는 게 쉽지 않아”와 같이 ‘것이’가 줄어든 형태일 때는 띄어야 한다. “별명이 뭐였게?” “든든하게 먹어” “내게 줘”처럼 어미나 조사로 사용됐을 때는 앞말에 붙인다.
 
‘걸’도 마찬가지다. ‘걸’이 -ㄴ걸, -ㄹ걸 등 문장 끝에서 종결어미로 쓰이면 붙이나 ‘것을’의 줄임말이면 띄어야 한다. “이미 떠난걸” “꽃이 예쁜걸”과 같이 어미로 사용됐을 때는 앞말에 붙이지만 “좀 참을 걸 후회돼”처럼 ‘것을’이 줄어든 형태일 때는 띄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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