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꿈은 계속되는 법이다
지금 지구촌은 축제 중이다. 제22회 FIFA 월드컵이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에서 열리고 있어서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역사상 아랍권은 물론 이슬람권에서 처음 개최되는 의미 있는 경기다.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 신청은 의외였다. 무엇보다 축구인들의 공감대를 얻기에 부족한 점에서 더욱 그랬다. 세계적인 축구 강국도 아닌 데다 그렇다 할 국제경기를 치러본 경험도 노하우도 전무한 데다 한국처럼 전 국민의 열화 같은 지지를 얻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사막의 지형도를 획기적으로 반전시켜 유명세에 편성해 보고자 하는 산유국의돈 잔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사실 카타르는 한낮 기온이 40~50도를 오르내리고 국토 또한 너무 작고 협소해 FIFA가 제시하는 최소 경기장 12개 조성조차 충족지 못하고 5개 도시 8개 스타디움에서 그 많은 경기를 돌려야 하는 물리적 한계까지 지녔다. 여기서 말이 5개 도시 8개 경기장이라지만 셋은 수도 도하에 위치하고 루시일, 아리얀, 알와크 스타디움조차 다 도하의 위성도시라 선수나 관람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호조건이기도 하다.
카타르 월드컵은 2010년 12월 2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22명의 FIFA 집행위원회에서 투표로 결정되었는데 당시 개최를 신청한 국가는 카타르는 물론, 미국, 한국 일본 등도 있었다. 투표결과는 카타르 14표, 미국이 8표를 얻었는데 이 과정에서 카타르 정부가 500만불의 뇌물을 공여하였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기도 하였다.
카타르로 낙점된 뒤에도 불볕더위 문제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이에 카타르 정부는 8개 전 경기장의 관중석은 물론 그라운드까지 에어컨을 가동해 역대 어느 대회보다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고 실제로 지금까지 더위로 인한 폐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예선 32강에서 한국은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가 풀리그를 펼쳤다. 다들 지역 예선을 뚫고 어렵게 올라온 강호들이라 어느 한 팀이라도 만만치 않아 첫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비기고 두 번째 상대 가나에 패하므로 16강 꿈이 좌절되는 듯했으나 한국의 위대함은 위기의 순간 빛을 발하지 않았던가? 남은 마지막 한 경기 포르투갈전에서 손흥민과 황희찬의 그림 같은 협업으로 포르투갈에 2대1 역전승을 거두고 2010년 남아공 대회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루면서 꿈은 계속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에 월드컵의 벽은 역시 높고 강했다. 지난 월요일 피파 랭킹 1위이자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한 16강전에서 4대1로 패하면서 그 꿈을 일단 접어야 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가운데 “전장에서 승패는 병가지상사”라는 말이 있다. 옛날 중국의 덕망 높은 임금이 전쟁에 패한 뒤 낙망 중인부하 장수를 위로하기 위해 한 말로 더 준비해 다음 전쟁을 잘 준비하라는 당부일 것이다. 이 말을 브라질전에 패해 낙심 중인 우리 선수와 국민에게 적용하면 경기에서 지고 이김은 ‘병가지상사’일 것이다. 경기하다 보면 16강에서 스위스를 6대1로 대파한 강호 포르투갈을 이길 수도, 약간 약체라고 봤던 가나에 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승패 자체가 아니다. 승패 후 정확한 자기 진단과 확고한 대비책으로 다음을 대비함이 경기자들이 임할 자세가 아닐까.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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