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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아침약? 저녁약?

 어떤 약은 저녁에 먹어야 더 효과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때 복용하는 스타틴이 대표적이다. 인체는 밤에 자는 동안에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만든다.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보다 오후 8시부터 자정에 네 배 더 빠르게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한다. 스타틴을 저녁 잠들기 전에 복용하는 게 더 효과적인 이유다. 스타틴 중에서도 체내 머무는 시간이 긴 약물(로수바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은 아침에 복용해도 별문제가 없긴 하다. 하지만 몸에 짧게 머무는 심바스타틴 같은 약은 반드시 저녁에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시간에 따라 이렇게 약효가 달라지는 것은 일주기 리듬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이란 약 24시간을 주기로 사람의 정신이나 행동, 생리현상이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쉬운 예로 누구나 시계가 없어도 생체시계에 따라 낮에는 깨어 있고 밤에는 잔다. 시간에 따라 호르몬 분비나 면역반응도 달라진다.
 
실제로 면역계 활동이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감기나 알레르기 증상이 밤에 더 심해지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염증을 억제하는 코티솔 호르몬 수치는 아침에 일어나서 30분 동안이 가장 높다가 점점 낮아져서 한밤중에 최저치가 된다. 사람에 따라 항히스타민제를 저녁 자기 전이나 이른 아침에 복용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이유도 일주기 리듬과 관련된다.  
 
모든 약이 복용 시간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일부 과학자는 특정 혈압약이 저녁 자기 전에 복용하면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이런 연구 결과에 따라 자신의 약 복용 시간을 바꾸기엔 이르다. 지난 10월 학술지 랜싯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 결과 혈압약을 아침에 먹든 저녁에 먹든 효과가 비슷했다.
 
게다가 생체시계에 따라 약효나 부작용이 다른 경우에도 성별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대장암을 치료하기 위해 특정 항암제를 투여할 때 남성은 오전 9시가 가장 독성이 적게 나타나지만 여성에게는 그 시간대가 가장 독성이 강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생활습관, 기상 시간이 다르니 일주기 리듬의 영향을 받는 약이라도 투여 시간을 개인별로 조정해야 한다. 아직 생체시계와 약 복용 시간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많다.
 
1970년대 일주기 리듬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조절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00년대에 와서는 생체시계가 인체 세포에도 내장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간에 맞물려 유전자 발현이 조절된다는 이야기다. 언제 복용하느냐가 약효를 높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얼마나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도 시간이 지나면 더 분명해질 것이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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