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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아비야, 손주 안보련다" 中200만명 열광한 '은발 그녀들' [뉴스원샷]

육아의 그림자. 사진 pixabay

‘글래머 베이징’을 아십니까. 뉴욕타임스(NYT)가 주목한 중국 신생 여성 패션 모델 그룹입니다. ‘글래머’ 하면 떠오르는 그 단어(glamour)와, 할머니(grandma)를 합한 신조어, ‘Glamma’입니다. 중국 베이징에서 만들어졌기에 ‘글래머 베이징(Glamma Beijing)’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죠. 이 여성 패션모델 4인의 나이를 합하면, 네, 그룹 이름에서 짐작하셨겠지만 좀 많습니다. 350세 이상이죠. NYT는 22일(현지시간) 이들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이런 제목을 달았습니다. 살짝 의역하자면 “에미야 애비야, 손주 보는 건 그만하련다.” 부제는 이렇습니다. “중국의 할머니들, 바이럴 인플루언서가 되다.”

NYT에 실린 사진 속에서 이들은 말끔하게 손질한 은발 머리를 휘날리며 흰색 부츠를 신고 검은 가죽 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어려 보이려는 게 아니라, 나이는 당당히 드러내되, 할머니가 아닌 시니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즐기겠다는, 일종의 선언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들의 팔로워는 200만명이 넘었고, 패션 인플루언서로 당당히 존재감을 빛내고 있습니다.

'글래머 베이징(Glamma Beijing)'의 트위터 계정. [트위터 캡처]

일부의 이야기를 기자들이 침소봉대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일명 ‘숏폼’, 즉 짧은 영상 플랫폼에서 요즘 뜨고 있는 그룹이 또 있는데요, 이름하여 ‘왕 언니가 온다(Sister Wang Is Coming)’라고 합니다. 우리 장삼이사(張三李四) 처럼 중화권엔 왕 씨 성을 가진 이들이 많죠. 자칭 ‘언니’들의 나이는 64세와 65세입니다. NYT에 또 소개된 이들의 스토리까지 종합하면, 소수의 일시적 일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과 홍콩의 노년층이 일종의 ‘독립 선언’을 하고 있는 트렌드가 잡히고 있는 것이죠.

이들의 이런 트렌드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들은 우선 자녀에 대한 엄청난 헌신으로 유명하죠. 일명 ‘소황제(小皇帝)’ 또는 ‘소공주(小公主)’를 길러낸 세대이니까요.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주석이 1979년 ‘독생 자녀제’ 즉 1가구 1자녀 정책을 펴면서 외동인 자녀를 애지중지하며 키워낸 이들입니다. 그렇게 소중히 키워낸 자식들의 자식들, 즉 손주들 역시 그들이 키우는 게 당연하다는 문화가 중국에 부지불식 간에 뿌리내려왔는데, 바로 이 문화에 반기를 정면으로 들고 있는 겁니다.

중국만 그럴까요? 한국 역시 친정과 시댁 부모님들의 도움이 없으면 맞벌이 가정의 육아는 언감생심이 된 지 오랩니다. 아,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네요. 가계 소득을 부부가 함께 책임지는 한, 육아란 오롯이 두 명이 연대 책임이니 ‘친정’ 또는 ‘시댁’이라는 한정적 표현부터가 잘못입니다. 하여튼, 양가 부모님들의 희생 없는 육아란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라는데, 공동체,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받는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어디로 갔는지 모를 일입니다.

고된 육아를 올림픽 종목에 빗댄 픽토그램. 트위터에서 가져왔습니다. [중앙포토]

글래머 베이징의 막내 멤버, 쑨양(66)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그는 NYT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었을 때는 하지 못했던, 꿈만 꾸었던 것을 해야 할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꼈다. 나의 부모님 세대처럼만큼은 되고 싶지 않다. 남은 삶이라도 독립적으로, 나의 자아를 돌보며 살아가고 싶다.”

시니어 계층이 일종의 ‘육아 파업’을 하고 있는 트렌드입니다. 저출산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되풀이만 되는 대한민국에도 울림이 큽니다. 소중한 미래의 대한민국 국민이 될 아이들을 더 많이, 더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없는지, 궁금한 주말입니다. 주말에도 육아 전쟁을 치르고 있을 수많은 대한민국 조부모님들과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전수진(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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