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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훈장을 다셨습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 신나서 중얼거리는 자장가가 있는데 다름 아닌 ‘골프 시편 23편’이다. 어느 때는 끝까지 다 중얼거리지만 때로는 어느 사이 끝을 맺지 못하고 잠 나라로 들어간다. 그리곤 꿈속에서 나는 가끔 신나게 골프를 친다. 생각하면, 골프를 치던 지난 40여 년의 세월이 나의 삶의 황금기였음을 실토한다! 물론 지금도 골프를 칠 수 있고 여력이 남아 있지만, 작년 뉴저지로 올라와서부터는 펜데믹이다 뭐다 걸림돌이 많아 일단 골프채를 접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이나 글쓰기, 서예 등 그런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 얼마 전 나의 한 골프 동지를 잃었다.  
 
이 난감(難堪)한 심정이라니…그 오랜 세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 여덟 집은 일 년이면 몇번씩 만나 골프재력을 나누며 삶을 노래했기에 지금처럼 이렇게 적막하지는 않았고 나이를 잊고 삶은 늘 긍정적이고 풍요로웠다. 사람이 나고 떠남은 하늘의 이치일진대… 그래도  마음을 주고받은 사이라 그런지 요사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서성거린다.  
 
나는 문득 지난번 피부과를 방문하였을 때 “Mrs, Lee! 이제 훈장을 다셨습니다” 하던  담당의사의 말이 생각났다. 몇달 동안 무릎 바로 위  허벅지에 생긴 점 같은 것이 없어지지 않아 진찰을 받으니 이제 늙어 검버섯이 많이 생긴 것이라며 그냥 두라는 그 말을 들으며 그러고 보니아직 마음만 젊었지 몸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늙어가고 있구나! 실감하며 이제는 몸 이곳저곳에 훈장을 많이 달아도 겁도 없이 그러려니 하며 지낸다. 마치 나이를 인정하겠다는 듯이….  
 
훈장이란 무엇인가. 나라와 사회를 위해 훈공을 세운 사람에게 국가가 수여하는 휘장이라고 한다. 그러니 나도 80평생 넘도록 나를 지탱해준 나의 몸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는 귀도 멍하고, 돌부리에 흙더미에 넘어질 것 같다며 짜증 내지 말고, 골프 할 때 손에 멍이 잘 든다고 푸념하지 말고 오랜 세월 건강을 위해 애쓴 나에게 훈장을 주며 칭찬과 격려를 보내야 할 것 같다.  
 
세월이 흘러 내가 훈장을 다는 나이가 되고 보니 요사이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1876년생이신 할아버지께서는 일찍 혼자 되시어 오랜 세월 혼자 계셨는데  거드름도 피실 환경 속에서도 늘 부지런하시고 남을 탓하는 법이 없으셨다. 생각하면 훈장을 많이 다셨을 연세 때에도 자손들이 좀 쉬시라고 말씀드리면 “매일 뜨는 저 태양이 쉬는 것 보았니?” 하시며 “사람은 늘 움직이고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늘 하늘과 땅, 자연을 사랑하셨던 할아버지….  
 
며칠 전 LA에 있는 지인이 보내준 시(詩) 한 수, 따뜻한 햇볕 무료. 시원한 바람 무료, 아침 일출 무료, 저녁노을 무료, 붉은 장미 무료, 흰 눈 무료, 어머니 사랑 무료, 아이들 웃음 무료, 무얼 더 바라, 욕심 없는 삶 무료이 시(詩)가 대한민국 시(詩) 부분 1위라네요!
 
나는 오늘도 감사할 것이 너무 많은 나의 삶 속에서 먼저 떠난 나의 골프 동지를 생각하며 그의 푸근한 미소를 그리워한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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