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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스위스 치즈 모델

위문희 사회2팀 기자
스위스는 산지가 국토의 70%를 차지한다. 산간 지방의 특성을 살려 오래전부터 낙농업이 발달했다. 소의 원유를 원료로 하는 수많은 종류의 치즈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주한 스위스 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스위스에는 450가지 이상의 치즈가 있다. 2019년에 약 19만 5000톤의 치즈가 생산됐다. 스위스는 매년 1인당 20㎏이 넘는 치즈를 소비하는 치즈의 나라다.

에멘탈(Emmental) 치즈는 전 세계적으로 스위스를 대표하는 치즈다. 숙성 과정에서 생긴 ‘치즈 아이(cheese eye)’라는 구멍이 숭숭 나 있는 게 특징이다. 만화영화 ‘톰과 제리’에서 제리가 좋아하는 그 치즈다. 치즈 아이가 풍미를 생성시킨다는 평가도 있다. 에멘탈 치즈는 고산지대에서 생활하는 소 젖으로 만든다. 에멘탈은 베른 주의 에멘(Emmen)지역과 ‘계곡’을 뜻하는 탈(Tal)이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참고로 스위스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치즈는 그뤼에르(Gruyere)라고 한다.

영국 맨체스터대의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1990년 발간한 『휴먼 에러』에서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제시했다. 사실은 스위스 ‘에멘탈’ 치즈 모델이다. 이 모델은 에멘탈 치즈의 구멍을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잠재적 결함에 빗댄다. 에멘탈 치즈를 여러 장 겹치면 각 치즈에 뚫려 있는 구멍을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틈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사고 궤적(trajectory)’을 형성해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사고의 원인을 인적 과실뿐만 아니라 조직적인 요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경찰, 소방, 지자체에 도사리고 있던 구멍들이 한꺼번에 맞춰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봐야 한다. 참사 당일 4시간 전부터 압사 위험성을 알렸던 11건의 112 신고가 있었다. 핼러윈의 피크는 자정으로 치닫는데도 소방은 오후 10시까지만 안전근무 계획을 세웠다. 경찰·이태원역·상인회 간담회에 구청은 쓰레기 배출을 담당하는 자원순환과 직원 2명을 내보냈다.

구멍이 없는 조직은 없다. 하지만 각자 구멍의 수를 줄이거나 구멍의 크기를 메우려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주변부터다. 더는 사람의 실수가 시스템의 방어벽을 뚫고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위문희(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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