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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 상실한 늑대 리더, 알고보니 '이것'에 조종당하고 있다

미국 서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AP=연합뉴스
미국 서부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서울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 8983㎢의 이 국립공원은 와이오밍주(州)와 아이다호주, 몬태나주에 걸쳐있다.

해발 3000m 이상의 봉우리만 45개나 되는 이 험준한 곳에는 들소·엘크·산양·흰꼬리사슴·큰뿔양·회색곰·늑대·퓨마(쿠거) 같은 포유류 60종을 포함해 다양한 야생동물이 살아가고 있다.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라마 밸리에서 들소(bison) 떼가 풀을 뜯고 있다. AP=연합뉴스
늑대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20세기 초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늑대는 멸종됐는데, 미국 어류·야생동물 관리국(Fish and Wildlife Service)은 이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늑대 복원사업을 진행했다.

1995~1997년에 캐나다와 미국 몬태나 북서부에서 데려온 늑대 41마리가 이곳에 방사됐다.
2015년 말 현재 옐로스톤 국립공원과 그 주변에서 살아가는 늑대는 모두 528마리로 늘었다.

27년간 늑대 혈액 채취·분석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늑대 무리. AP=연합뉴스
옐로스톤 국립공원 자원센터의 키라 캐시디 연구원과 몬태나대학 생태계보존학과 코너 메이어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 늑대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은 1995년부터 27년 동안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229마리의 늑대를 포획해 혈액 시료를 채취했다.
같은 늑대에서 중복으로 채집한 것을 포함하면 모두 256개의 혈액 시료를 채집했다.

늑대의 혈액 시료를 채집한 것은 고양잇과(科)를 비롯해 다양한 포유동물을 감염시키는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분석 결과, 늑대의 평균 감염률(유병률)은 21.7%였는데, 양성 반응 비율이 점점 늘었다.
늑대. AP=연합뉴스
1995~2000년에는 0%였는데, 2000~2004년에는 24.5%, 2005~2009년에는 18.7%, 2010~2014년 42.9%, 2015~2020년에는 36.5%였다.


늑대 암컷과 수컷의 감염률 차이는 크지 않았고, 털 색깔이나 나이에 따른 차이도 적었다.
1년 미만의 새끼는 29%, 1~2세 28.3%, 2~5.9세 26.14%였다.
다만, 6세 이상의 늙은 늑대는 감염률이 46.67%로 높았다.

행동 조종하는 톡소포자충
톡소포자충 현미경 사진. 중앙포토
톡소포자충의 감염 경로.
톡소포자충은 '마인드 컨트롤' 기생충, 즉 뇌에 감염해 정신을 조종하고 동물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기생충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은 중간 숙주의 몸속에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을 증가시켜 대담함과 위험 감수성을 높인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에게 덤비고, 어미에게 수직 감염된 하이에나 새끼는 사자에게 겁 없이 다가간다.

이 톡소포자충은 고양잇과 동물에서만 유성생식을 하기 때문에, 기생충의 생활사(Life-cycle)를 완성하려면 이 기생충에 감염된 중간 숙주가 최종숙주인 고양잇과 동물에 잡아먹히도록 만든다.
그렇게 진화가 이뤄졌다는 게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캐시디와 메이어 두 사람은 쥐와 고양이, 하이에나와 사자와 같은 관계가 늑대-퓨마 사이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퓨마는 마운틴 라이언, 쿠거로도 불린다. 중앙포토
옐로스톤에는 늑대와 더불어 먹이사슬 최상위에는 고양잇과 동물인 퓨마가 있다.

겨울철이면 엘크는 고도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늑대와 퓨마는 먹이인 엘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포식자의 활동 영역이 겹치기도 한다.

퓨마 배설물이 감염 원인
퓨마. 미국에서는 쿠거 혹은 산사자(Mountain Lion)으로 불린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당연히 퓨마가 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됐는지도 조사했다.

퓨마 62마리의 혈청을 검사했는데, 51.6%가 톡소포자충 양성 반응을 보였다.
1999~2004년 사이에 47마리를 조사했을 때는 45%가 양성이었는데, 2016~2020년에 15마리를 조사했을 때는 73%가 양성이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최종 숙주 중인 퓨마가 톡소포자충에 널리 감염된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늑대가 퓨마의 배설물과 접촉하면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됐을 것으로 판단하고, 늑대와 퓨마 접촉 상황을 분석했다.

퓨마의 서식 밀도가 평균(100㎢당 1.8마리)보다 높은 지역과 중첩되는 곳에 사는 늑대 무리는 서식지가 퓨마와 중첩되지 않는 무리에 비해 감염률이 9배 이상이었다.

감염된 늑대는 무리를 떠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AP=연합뉴스
연구팀은 톡소포자충 감염이 늑대가 ▶무리에서 흩어지는 것 ▶무리의 리더가 되는 것 ▶사림이나 차량에 접근하는 것 등 3가지의 위험 감수 행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조사했다.

분석 결과,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는 감염되지 않은 늑대보다 친가족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시작할 가능성이 11배 더 높았고, 무리의 리더가 될 가능성은 46배 더 높았다.

연구팀의 메이어 박사는 "톡소포자충이 예상보다 큰 영향을 준다는 데 놀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감염된 늑대는 무리를 떠날 가능성이 높고, 빈 영토를 채우면서 거기서 살아남는다면 새 무리를 만들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승, 공격성이 높아지고 번식 기회도 늘어나기 때문에 새로운 무리의 리더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무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옐로스톤 국립공원 내 늑대 무리. AP=연합뉴스
하지만,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리더가 퓨마 서식지로 무리를 이끌 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무리 전체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고, 임신한 암컷이 사산할 경우 번식이 줄어들 수 있고, 무리 전체의 생존율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야생동물의 생태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생충이 개체와 집단.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24일(현지 시각)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 저널에 논문으로 게재됐다.




강찬수(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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