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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서 경찰서장 하다 구청장 된 이 사람..."빌딩풍 대책 세우겠다"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은 최근 취임 100일이 지났다. 시도지사와 시장·군수·구청장 등 자치단체장은 4년간 펼칠 주요 사업의 틀을 짜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들의 살림살이 계획을 듣고 소개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특히 행정의 주민 밀착도가 훨씬 높은 시장·군수·구청장을 집중적으로 만났다.

김성수 부산 해운대구청장이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파손된 지역 도로 복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해운대구
2016년 7월 13일 해운대구 좌동 신도시에서 7중 추돌 교통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가해자 A씨는 “뇌전증(간질)으로 의식을 잃어 사고가 커진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A씨 말이 맞는지 검증이 필요했다. 당시 김성수 부산 해운대경찰서장(현 해운대구청장)이 나섰다. 그는 폐쇄회로(CC)TV와 블랙박스 영상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A씨가 의식을 잃었다는 주장과 달리 주변 자동차를 피해 차선을 바꾼 사실을 알았다. 김 구청장은 "블랙박스 영상 확인 과정 등을 거쳐 사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수(56ㆍ국민의힘) 해운대구청장은 해운대 치안을 책임지다 선출직 공무원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그는 경찰대(6기) 출신으로 2016년 부산 해운대에서 경찰서장을 지냈다. 해운대 토박이인 그는 30년간 몸담았던 경찰을 떠나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구청장에 당선됐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부산에서 경찰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구청장이 된 것은 내가 처음”이라며 "치안 행정 노하우를 살려 도시 교통 질서와 치안 유지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접대 승진’ 뿌리 뽑던 경찰간부의 정치 입문
해운대구 인구는 11월 현재 38만8000명으로 부산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다. 해운대ㆍ송정해수욕장을 따라 들어선 호텔과 유흥가 등을 중심으로 늘 북적이고, 별의별 사건·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김성수 부산 해운대구청장이 지난달 6일 집무실에서 구정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해운대구
김 구청장은 경찰 간부로 일할 때 사건 해결 이외에도 경찰 조직 승진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아직도 현직 경찰관 중에서는 김 구청장이 해운대서를 포함해 부산 기장ㆍ연제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때 운영한 ‘공감승진위원회’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구청장과 같이 근무했던 한 현직 경찰관은 “경감 이하 낮은 직급 경찰관들로 구성된 공감승진위원회가 승진 대상자에 대한 동료 평가를 모아 서장에게 제출했고, 실제로 정성 평가와 승진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인사철 접대·청탁 등 악습을 끊으려는 시도였다. 직원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구청장 당선 이후 ‘업무지시 1호’는 의전 간소화와 관행 근절이었다고 한다.


고향에서 경찰서장 근무 경험은 정치에 입문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김 구청장은 “해운대서장으로 일하며 사건ㆍ사고를 접하다 보니 ‘예방할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많았다"며 "그럴 때마다 경찰이 아닌 정치와 행정이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 직접 정치를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명함 10만장 챙겨 거리로, 밑창 떨어질 때까지
하지만 구청장 후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구의회·시의회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역 정치인을 뛰어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본선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전 구청장을 꺾었다. 그는 구청장에 출마하며 명함만 10만장을 준비했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나도 모르게 몸에 뱄을 권위의식이나 경찰 특유의 날카로운 이미지를 바꾸려고 애썼다. 새벽에 명함을 들고 거리로 나가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나 진심으로 대화했다”며 “그랬더니 어느 순간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말에 신이 나 ‘모든 유권자를 만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선거 막바지엔 운동화 밑창이 떨어져 신을 수 없는 지경이 됐다”며 웃었다.


“교통ㆍ균형발전 문제 해결하겠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와 ‘난마돌’이 연이어 한반도를 향할 때 김 구청장은 태풍 대응, 피해 수습에서 구청 행정력과 경찰 기동대를 함께 운용하는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해운대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해운대 빛축제 등 주요 행사 때마다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

김성수(사진 왼쪽) 해운대구청장이 박형준 부산시장과 함께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기 전 지난 9월 5일 위험 지역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해운대구
김 구청장은 “구와 경찰이 함께 교통사고와 민원에 대응하는 대응반도 구상하고 있다”며 “자치경찰제는 행정력과 경찰력 적용 범위 사각지대를 메우고 도시를 보다 안전하게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제도다. 경찰과 협의회를 구성해 해운대구가 선도적으로 자치경찰제를 안착시키고, 여성ㆍ청소년 치안 등과 관련해 지자체와 경찰 간 이상적인 시책 모델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가장 많은 도시(27곳)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초고층 건물 주변에서 풍속이 2배까지 빨라지거나 소용돌이치는 ‘빌딩풍’ 위협이 크다. 김 구청장은 “빌딩풍을 연구하는 권순철 부산대 교수 연구팀과 빌딩풍의 발생 장소, 세기 등 측정 데이터를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추후 지자체에서 세울 수 있는 대비책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주말이나 피서철 해운대 주요 도로는 마비돼 ‘교통지옥’을 방불케 한다. 김 구청장은 "반송터널과 해운대터널이 하루빨리 완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송터널은 감사ㆍ동부산나들목을 잇는 왕복 4차로(9.2㎞) 터널이다. 해운대터널은 석대동과 우동을 연결한다.


해운대 동쪽보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낙후한 반송ㆍ반여동 등 서쪽 지역엔 ‘제2 센텀지구’ 사업이 추진된다. 185만㎡ 부지에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김 구청장은 “제2 센텀지구 조성과 배후지역 개발을 포함해 해운대구청사 재송동 이전 등은 가장 큰 숙제인 ‘동서 격차’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 체험관과 어린이복합문화공간 조성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김 구청장은 "산업단지와 레저·휴양 시설을 두루 갖춘 살기 좋고 오고 싶은 해운대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주(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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