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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수 백대 오가던 의왕ICD도 멈췄다…수도권 물류비상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연합뉴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 1터미널에선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 서경본부(화물연대) 총파업 출정식에서 반복된 구호다. 터미널 주변에는 파업에 참여한 수십대의 대형 화물차가 늘어섰고 그 옆엔 ‘화물파업 탄압 말고 책임 다하라’ ‘안전운임제 확대!, 가자. 총파업’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출정식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화물차주의 소득 수준이 낮지 않고, 물류비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안전운임제 확대를 반대한다”며 “저들의 주장대로라면 화물노동자는 죽을 때까지 자본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전운임제만이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법제도”라고 덧붙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도록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다.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말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5시쯤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이 “운송 거부와 방해가 계속된다면 국토부는 국민이 부여한 의무이자 권한인 운송 개시 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박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정지도 가능하다. 이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파업을 멈추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이 모든 행정기관이 나서 강경대응 협박만 늘어놓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 105호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도 위반된다. 정부는 대기업 화주의 입장대변을 중단하고 안전사회를 위한 국가책임을 다 하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운송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주차된 화물차 앞창에 경고장이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의왕 ICD는 전체 부지 75만㎡에 42만㎡ 규모의 컨테이너 야적장을 갖춘, 매년 137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가 오가는 수도권 물류 허브다. 평소 600여대가 넘는 화물차가 오가며 화물을 나른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도로를 오가는 화물차는 극소수였다. 대신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관광버스를 타고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온 화물연대 조합원 1000여명이 왕복 4차로를 가득 메웠다.

오전 11시40분쯤 출정식이 끝나자 조합원들은 1.5㎞ 떨어진 의왕 ICD 제 2터미널로 걸어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왜 길을 막느냐”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점심 식사가 끝나자 평택·당진항과 각 사업소 등으로 이동해 운송 거부 활동에 나섰다. 이날은 조합원들이 비노조 조합원들의 물류 배송을 막진 않아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주변에 총파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최모란 기자
“화물차 605대 오가는 곳인데 오늘은 2대만 운행”
화물차가 멈춰 서면서 화물 운송엔 비상이 걸렸다. 의왕 ICD에 따르면 이 기지의 수요일 하루 평균 반출입량은 4402TEU, 전날인 23일 반출입량은 기지 측이 총파업에 대비해 미리 화물을 운송하면서 5709TEU로 크게 늘었다. 의왕기지의 이날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52.3%(4만5000TEU 중 2만3527TEU) 수준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화물 운송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의왕ICD 관계자는 “평소 605대의 화물차가 오가는데 오늘 운행 가능한 화물차는 단 2대”라며 “업체마다 총파업을 대비해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 이번 주까지는 괜찮을 것 같지만, 오는 28일부터는 피해가 눈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주차된 화물차들. 최모란 기자

의왕ICD는 자체적으로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늘리는 등 비상근무 체계에 돌입했다. 또 기지 내 화물연대 차량의 불법 주·정차를 막기 위해 경찰의 지원을 받아 제 2터미널 경비초소 앞 진입로 양방향 하위 1개 차로를 선점하기로 했다. 군 컨테이너 차량 5대도 투입해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다.

평택지방해양수산청도 평택·당진항 내 여유 부지에 1만7000여TEU의 컨테이너를 보관할 수 있는 임시 장치장을 마련한 상태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의왕ICD와 평택·당진항 등 물류 거점에 17개 중대 1200여 명을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비조합원 차량 운송방해, 차로 점거, 운송기사 폭행, 차량 손괴, 사업장 봉쇄 등 불법 행위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최모란(choi.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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