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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금 왜 ‘경찰 개혁’ 해야 하나

김종민 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최고 지휘부가 사실상 붕괴했고 일선 경찰도 기능이 거의 마비됐던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범죄 예방과 진압,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경찰 시스템 붕괴 실상은 치안 질서 확립을 담당하는 국가의 중심축이 완전히 무너졌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경찰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됐고, 윤석열 정부 들어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경찰 중하위직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며 소위 ‘경찰 독립’을 외쳤다. 하지만 과연 경찰이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많은 국민은 이번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강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 경찰의 실패는 국가의 실패로 이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전가된다.

이태원 참사 때 경찰 대응 실패
경찰대 출신 기득권 폐해 커져
강화된 권한 감독할 제도 필요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경찰 조직 난맥상의 가장 큰 원인은 오랜 기간 경찰대 출신을 중심으로 ‘수사권 독립’에 과도하게 조직 역량을 집중해온 데서 찾을 수 있다. 사법경찰의 범죄 수사는 본질적으로 사법권의 영역이다. 수사를 담당하는 사법경찰이 전체 경찰의 10~20%밖에 되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담당하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이 최고 요직이 됐고, 그동안 경찰 조직은 수사·기소권 분리 등의 논리를 앞세워 집요하게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다. 경찰의 의도를 간파한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내세워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수사 역량을 훼손했고, 대공 수사 및 정보 권한을 경찰에 몰아줘 국가정보원까지 무력화했다. 중국식 공안 통치로 간다는 비판을 받는 중에도 좌파 정권과 경찰의 이해가 일치하며 밀월 관계가 깊어졌다.

경찰대 1기 출신 황운하 민주당 의원으로 상징되는 경찰 엘리트의 정치화는 우려할 수준이다. 문재인 청와대의 정무수석과 민정비서관 등 13명이 무더기로 기소된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보면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은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 경찰’의 모델이 됐다.

지난 7월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도 경찰대 출신이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총경급 56명 중 40명이 경찰대 출신이었다. 외국에는 유례가 없는 사관학교 방식의 4년 합숙 교육을 받은 경찰대 출신들의 일체감은 남다르다. 대통령의 지시에도 조직적으로 공개 반발하며 정치적으로 집단행동을 강행한 사태는 매우 우려스럽다.

이제 로스쿨로 가는 관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경찰대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 경찰대 출신의 기득권만 강화하고 비경찰대 출신은 차별받는 구조는 비정상이다. 실제로 전체 경찰 13만여 명 중 경찰대 출신은 약 2.5%에 불과한데도 지난 6월 기준 총경의 60.3%(381명), 경무관의 73.8%(59명), 치안감의 73.5%(25명)를 경찰대 출신이 독식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했다. 집중된 경찰 권한에 비해 이를 통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이 부재해 정작 국민이 필요할 때 경찰이 제역할을 못하는 문제도 지적해야 한다. 국가경찰위원회는 1991년 설립 이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 인사·예산권과 감찰권을 갖고 검찰을 지휘할 수 있지만, 경찰국 신설 이후에도 행안부 장관은 인사 제청권 외에 경찰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할 수단이 없다.

경찰 독립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관은 총기와 장구를 사용할 수 있고 불심 검문과 보호 조치 등을 수행하기에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수반하기 때문에 경찰에 대한 실효적 통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내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과 감찰을 통한 행정적 통제, 검사의 수사 지휘와 고등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 헌법 기구인 인권감독관에 의한 통제 등 3중의 경찰 통제 장치를 갖추고 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완전한 착각과 실패였음이 입증됐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경찰이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이제는 경찰개혁을 추진할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종민 변호사·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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