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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현수막 홍보, 여야 실력차

김방현 내셔널팀장
대도시 주요 길목을 지나다 보면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플래카드)이 눈에 들어온다. 정치 이슈나 정책 관련 문구가 담겨 있는 현수막은 주로 정당이 게시한다. 현수막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하다. 대전의 경우 대전시청 주변 네거리 등이 ‘핫 포인트’다.

현수막은 자치단체 허락을 받고 지정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이다. 길거리 현수막은 대부분 무단 설치된다. 하지만 거는 쪽에서는 개의치 않는다.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파급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온라인 매체도 프로그램을 직접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현수막은 생각 없이 걷거나 운전할 때 만난다. 이때 읽은 문구는 머릿속에 그대로 흡수된다.

대전에 방위사업청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치 문제 등이 담긴 현수막을 보면 흥미로운 게 있다. 정당 간 홍보 마케팅 수준이 비교된다. 홍보를 잘하는 쪽은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슈 선점을 잘하는 데다 ‘센스’도 있다. 민주당은 야당이 되자 ‘민생’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추석에 ‘함께 웃는 한가위 민생을 책임지겠습니다’ 구호를 대전 등 전국 곳곳에 걸었다. 이후 대전 민주당 국회의원도 ‘지역 화폐 예산 복구하겠습니다’ 등을 선보였다.

이를 두고 뜻밖이란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이 여당일 때는 민생이란 말을 별로 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해서다. 문재인 정부 5년은 ‘적폐청산’ ‘종전선언’ ‘검수완박’ ‘세금폭탄’ 등이 생각난다. 그때 민생을 열심히 챙겼더라면 정권을 뺏기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 같다.

민주당은 ‘배짱’도 두둑하다. 최근 대전에 ‘방사청 대전 이전 확정! 국회여야 합의 국회 통과’가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2027년 이전 완료,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지겠습니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국회 국방위는 최근 방위사업청 이전 관련 예산 210억원 가운데 90억원을 삭감했다. ‘예산낭비’ ‘졸속 예산 편성’ 등 이유를 댔다. 국방위 의원 16명 가운데 9명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소속이다. 자초지종을 모르는 시민은 이를 보면 민주당이 대전을 위해 큰일을 한 것으로 오해할 것 같다. 예산을 삭감해놓고 오히려 생색을 내니 용감하다고도 해야 할 것 같다. 삭감된 예산은 이장우 대전시장 등의 노력으로 원상 복구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홍보 수준이 떨어진다. 국민의 힘과 대전시 관변 단체 등은 ‘대전시민 우롱하는 방사청 이전 90억 예산삭감 웬 말이냐’는 현수막을 걸었다. 윤석열 정부가 예산을 깎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문구다. 그동안 국민의힘 현수막은 내용이 평범해서 주목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 이를 두고 감각이 떨어지거나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등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여야 현수막 홍보 실력 차이가 과연 좁혀질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김방현(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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