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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안돼" "그럼 물티슈는?"…헷갈린 일회용품 금지 첫날

“오늘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이 안 돼서 종이 빨대로 드리고 있다.”
“종이 빨대는 흐물거려서 싫어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카페. 손님과 점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날부터 편의점·카페·식당 등의 1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빨대, 우산비닐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곳곳에서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다만 1년간 계도기간이어서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는 아직 부과되지는 않았다. 본격적으로 규제가 적용되면서 이를 잘 모르는 손님들과 마찰을 빚는 사업장도 있는 반면 “계도기간이라 괜찮다”며 일회용품을 사용을 고수하는 가게도 있었다.
24일부터 편의점에서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돈 받고 파는 것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다만 1년간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유예하는 계도기간이 존재한다. 사진은 23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붙은 안내문. 연합뉴스

종이컵 대신 스테인리스 컵 사고, 손님들 불만에 진땀

이날 제도 시행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았다.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는 테이크아웃하겠다고 일회용컵으로 받은 손님이 자리에 앉아있자, 직원이 나와 “테이크아웃컵으로는 매장 이용이 어려운데 컵을 바꿔드려도 되느냐”고 안내하기도 했다. 강서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박모(22)씨는 “종이봉투가 있다고 설명해도 규제를 잘 모르는 손님들이 ‘그냥 비닐봉투 달라’ 요청하는데 일이 두 배가 된 느낌이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금전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학로 근처에서 개인카페를 운영하는 정모(33)씨는 “플라스틱 빨대가 보통 1개에 6~10원 사이인데 종이 빨대는 50원이 넘는다”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가 규제를 적용받는 업장에 지원금을 준다거나, 친환경 제품들을 저렴하게 쓸 수 있는 대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39)씨도 종이컵과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숟가락을 쓰다가 50만원쯤 들여 스테인리스 컵과 수저로 교체했다. 장씨는 “지난주부터 구청과 환경부에 10번쯤 전화했던 것 같다”며 “돈 들어가는 것도 그렇지만 설거지 폭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규제의 적용범위가 넓다보니 어떤 일회용품이 사용 가능한지 고민하는 업주들도 많았다.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일회용 물티슈를 찾는 손님들이 많은데 줘야 할지 몰라 구청과 환경부에 전화하고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장 음식을 비닐봉투에 담아줘도 되냐” “빵 포장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 글이 연달아 올라왔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년은 괜찮은 것 아니냐” 인식도

계도 기간이 있어 사실상 일회용품 사용이 1년 동안 허용된다고 인식하는 자영업자들도 적잖았다. 홍대입구역 근처의 편의점은 비닐봉지 판매 금지 관련 안내문도 없었고, 생분해·종이봉투를 사도록 안내하지도 않았다. 한 여성이 봉투를 요구하자 점원은 검은색 일회용 비닐봉투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한 분식집 점주는 “종이컵을 쓰고 있는데 1년 계도기간이니 써도 된다고 생각하곤 있다”며 “1년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단속이 나오면 그때 고민해보겠다”고 전했다.


규제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회용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배달 등은 이번 규제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한 편의점 점주는 “전통시장만큼 비닐봉투를 많이 쓰는 곳도 없는데, 똑같이 규제하지 않아 역차별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주문에 활용되는 키오스크도 바뀌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정현희(29)씨는 “평소 환경을 생각해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들고 다니는데, 키오스크 주문에서 일회용품을 쓰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매장이 거의 없다”며 “주문하자마자 텀블러에 담아달라 달려가는데, 이런 작은 부분에서도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제한 확대에 맞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행동변화를 이끌기 위한 ‘일회용품 줄여가게’ 캠페인을 벌이기로 지난 23일 밝혔다. 환경부는 키오스크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등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소비자가 일회용기를 이용할지 다회용기를 이용할지 쉽게 고를 수 있도록 선택 기능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김남영(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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