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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스페셜리포트 | 마약 단속 비웃는 강남 클럽 잠입 르포

‘약쟁이’들의 천국, 애프터 클럽… 하루 1000만원 VIP 접대도
코로나19 이전에는 필로폰, 이후에는 액상 대마와 코카인 유행
“동남아가 원료 공급기지, 한국은 공장과 소비시장 겸하는 구조”

 강남 일대의 한 클럽 내부 모습. / 사진:페이스북
11월 8일 새벽 2시. 서울 강남 일대의 클럽들에서 마약 복용이 성행한다는 여러 제보 가운데 유독 많이 언급된 A클럽 앞. 통상적인 업소와 달리 새벽 4시가 피크타임인 이른바 ‘애프터 클럽’이다. 소위 이성교제가 목적인 2차 술자리를 위해 오는 손님을 타깃층으로 한다고 해서 그렇게 불린다. 새벽이 가까워오는데도 건물 지하에 있는 클럽의 출입구 앞에는 20~30대로 보이는 남녀 손님들이 20m가량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업계 사정에 밝은 이들에 따르면, 이들은 테이블을 잡아 매상을 올려주는 ‘큰 손’들은 아니다. 반면 클럽 주차장이나 주변 갓길에 주차된 외제 차량 차주들은 사정이 다르다고 했다. 그중 대포차로 여겨지는 7000번대 골드번호판을 단 차량이 눈에 띄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불법 토토 총판이나 사기 이력이 있는 중고차 업체 사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이른바 ‘약쟁이’ 세계에 밝은 제보자를 통해 사전에 얘기가 된 엠디(MD·영업직원)가 입구로 올라오자 그의 소개로 가드(출입구를 관리하는 직원)의 제지나 소지품 검사 없이 바로 지하로 내려갔다. MD가 조용히 말했다.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마약이 있는지 없는지 꼼꼼하게 검사하는 편이죠. 괜히 경찰이 들이닥칠 수 있으니까. 하지만 VIP라면 얘기가 달라요.” 그에 따르면 액상 대마나 코카인을 즐기는 VIP들의 얼굴이나 닉네임은 그쪽 세계에서 은밀히 입에서 입으로 퍼져 있다고 한다. 이들이 클럽에 오면 평균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쓴다고 했다. 손님들이 지불하는 금액의 최소 10%를 인센티브로 챙기는 MD들로선 그들을 영업 대상 1순위로 눈독 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MD들이 이들을 자기 단골로 만들려고 마약을 공수해서 제공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런 MD들은 업계에서 ‘포주 MD’라고 불리는데, 클럽에서 액상 대마나 케타민, 코카인이 든 작은 슬링백을 등 뒤에 메고 다니는 게 특징이다. 이런 포주 MD들이 많은 클럽은 약쟁이들에게 ‘약국’으로 통한다.

대마는 몸풀기, 피크타임 때는 코카인
 강남 일대 클럽에서 마약 투약이 심심찮게 목격된다는 복수의 제보를 받고 기자가 직접 출입해봤다. 피크타임(새벽 4시)이 되기 전으로 아직 한산한 모습이다.
계단으로 돼 있는 통로는 어깨가 닿을 듯이 비좁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클럽 특유의 쿵쾅거리는 일렉트릭 댄스뮤직(EDM)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댄스플로어로 향하는 복도 구조는 ㄷ자인데, 유리구슬 수십 개가 엮인 문발이 줄줄이 천장에 매달린 채 푸르스름한 형광등을 반사하고 있다. 하지만 코너를 돌자 조명은 순식간에 어두워진다. 벽에 걸린 붉은 불빛에 의지해 겨우 시야를 확보하는 형편이다. 거기다 광선처럼 강렬한 흰 조명이 초고속으로 켜지고 꺼지길 반복하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눈에 담기는 어렵다.

댄스플로어에는 이미 남녀 100여 명이 뒤섞여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그중에는 좀 더 메인무대를 차지하려고 서로 밀치며 비집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제 EDM 볼륨은 거의 고막을 찢는 수준이다. 바에서 종업원에게 술 한잔을 주문하려면 고성을 질러야 한다. 클럽의 DJ에게 물었더니 “쿵쿵 울릴 때마다 몸에 느껴지는 저릿한 자극을 손님들이 즐기기 때문에 분위기가 루즈하다 싶으면 더 하드코어하게 튼다”고 설명했다.

스모그 머신이 내뿜는 짙은 연기가 클럽을 떠다녔다. 공기 중에서는 지하 특유의 퀴퀴한 곰팡내와 함께 담배 연기, 오래된 환풍기의 눅눅한 냄새가 났다. 하지만 주위를 자세히 둘러봐도 약쟁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A클럽에 가면 대놓고 액상 대마를 피우거나 약에 절어서 구석에 쓰러진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제보 내용과는 달랐다. 스모그 머신에 액상 대마를 섞어서 연기를 뿌리는 클럽도 있다고 하지만 확인하기 어려웠다.

“보안이 샌 건 아니다. 하루 평균 약쟁이 20명은 출입 리스트에 오르고도 남는다. 그들은 새벽 3시는 넘어야 경계심을 풀기 시작한다.” 클럽 밖으로 나가 제보자에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제보자는 경기도 김포의 한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불안해했고, 기자에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였다. 클럽 사정을 폭로할 경우 보복당할 것을 두려워했다. 마약을 클럽 MD나 판매책에게 뿌리는 상선(유통조직의 윗선)은 대개 ‘조직’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자 댄스플로어와 바를 채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통로에서도 서로 몸을 스치지 않으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가 됐다.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 눈에 더 많이 띄었다. 액상 대마는 전자담배 키트로 제조돼 시장에 풀린다. 대마가 아닌 담배로 위장하려고 과일 향을 일부 첨가한다고 했다. 일주일은 태울 수 있는 분량인 1㎖에 20만~5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데, 파는 가격은 판매책별로 천차만별이다. 거물급 판매책은 대량으로 거래하는데 대개 100㎖부터 거래를 시작한다고 했다. 전자담배는 목넘김이 가장 좋다는 쥴(JULL)이 선호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댄스플로어 근처 입석 테이블에서 전자담배를 물고 있는 20대 남성 곁으로 다가가자 과일 향과 함께 쑥을 태우는 지릿한 냄새가 났다. 제보자가 액상 대마를 피운다고 주장한 VIP 고객이다. 그뿐이 아니다. DJ 부스 뒤쪽 구석에 벽에 기댄 채 쪼그려 앉아 연기를 태우는 남녀도 보였다. “벽에 기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가만히 있는 부류는 대체로 약에 절어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 또 다른 제보자가 설명했다.

액상 대마와 비슷하게 환각과 마취 효과가 있는 케타민(진통효과가 있는 전신마취제)도 클럽에 유통된다고 했다. 하지만 합성물이 많이 들어간 데다 지저분한 느낌 때문에 약쟁이들에게 인기는 없다고 한다. 케타민은 지퍼백 1개 기준으로 60만~80만원이다. 반면 각성제인 코카인은 MD들의 하루 매상을 책임져주는 단골들이 주로 투약하는데, 이들에게는 개인 가드가 따라붙기도 한다. “보통 클럽에는 화장실이 서너 개 있다. 입구 근처에 있는 화장실은 누구에게나 공개되지만 구석에 위치하거나 가드를 세워둔 곳은 용도가 좀 다르다. 코카인을 하는 큰손들을 위한 공간이다.” 제보자의 말이었다. 코카인의 가격은 지퍼백 1개 기준 최소 80만원이다. 아폴로 과자 같은 얇은 빨대로 이미 소분된 가루를 코로 흡입한다고 했다.

제보자의 설명이 맞다면, 지금 기자의 눈에 보이는, 나른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다가 느닷없이 상기된 얼굴로 괴성을 지르는 부류는 액상 대마와 코카인을 번갈아 하는 쪽이다. 대마의 마취 효과는 1시간가량 이어진다. 그렇게 기분이 가라앉고 나면 억지로 텐션(긴장상태)을 끌어올리기 위해 코카인을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새벽 4시가 넘어서 피크타임이 되면 대마에 빠져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던 애들이 코카인으로 정신을 차리고 논다. 너무 하이(high)다 싶으면 대마로 누르고 너무 처진다 싶으면 코카인을 하는 것이다. 이때는 애프터(만남)를 갖기 위해 상대방에게 약도 권유하면서 은밀하게 손에서 손으로 마약이 뿌려진다. 남녀 가릴 거 없다. 마약에 빠진 애들은 다 그러고 산다”고 말했다.

마약 건수 늘어나는데 경찰 인력은 태부족
 (좌측) 클럽에서 주로 유통되는 액상 대마는 텔레그램을 통해 판매된다. (우측) 클럽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남성. 제보자는 해당 남성이 액상 대마를 피우는 VIP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강남권 클럽에서 마약은 언제부터 성행하기 시작했을까. 취재를 마치고 동이 틀 무렵 강남 거리에서 7년 차 클럽 MD를 만났다. 그는 “2016년에 이 바닥에 들어왔다. 그때부터 마약은 이미 돌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필로폰이 유행이었다. 댄스플로어 바닥은 물론이고 화장실 좌변기 칸에서 주사기가 나뒹구는 것을 심심찮게 봤다. 그런데 이게 언론을 타고 이슈가 되면서 주춤했다가 때마침 코로나19까지 터지면서 잠잠해졌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장사 자체가 안 됐을뿐더러 배편 루트까지 막혀 원료 공급이 중단됐다는 말도 돌았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면서 액상 대마가 새롭게 유행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구하기 쉬운 약부터 다시 시작되는 거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일선 경찰의 클럽 마약 단속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다. 단순 민원이나 신고만으로는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영장이 없는 상태로는 투약 의심자를 검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의 동행도 어렵다. 실제로 서울 서초경찰서 특별단속반이 10월 7일 강남역 인근 클럽 4곳을 단속했지만 단 한 건의 마약 복용자를 적발하지 못했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더라도 지난해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유흥업소에서 적발된 사례는 2.3%에 불과하다. 여기엔 경찰의 현장 진입을 최대한 늦추게 만드는 클럽 가드의 버티기 전략도 한몫한다. 한 클럽 가드는 “클럽에 피해가 생기면 그 책임의 일부가 우리에게 (손해로) 돌아온다. 그래서 경찰에게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는지부터 이런저런 얘기로 5분가량 지연시킨다. 그사이 사장이나 매니저가 올라와서 경찰을 응대하고, 내부의 가드는 단골들을 뒷구멍으로 빼내 현장을 정리한다”고 털어놨다.

전방위 수사가 어려운 원인으로는 경찰 내 마약수사전담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다. 2017년 219명이었던 마약전담인력은 2021년 기준 345명이었다. 겨우 126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 9월 기준으로도 362명에 불과하다. 치안정책연구소가 마약전담 수사팀의 적정 필요 인력을 2018년 기준 692명으로 잡은 것에 한참 모자란다. 반면 마약류 사범은 2017년 1만4123명에서 지난해 1만6153명으로 늘어난 실정이다. 같은 기간 압수한 마약류는 154.6㎏에서 1295.7㎏으로 8배 이상 증가했다. 마약 범죄 특성상 암수율(드러나지 않은 범죄 비율)이 많게는 100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3년 이내 마약재범자 재검거 비율 80%
 서울 서초경찰서는 10월 7일 강남권 클럽 4곳을 단속했지만 적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영장 없이는 현장에서 검거할 수 없을뿐더러 클럽도 조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첩보를 통해 하선(마약유통조직의 아랫선)인 판매책과 투약자들을 검거한 뒤 감형을 조건으로 다른 마약사범을 털어놓게 하는 ‘플리바겐’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하선을 들볶아도 대부분 같은 처지인 마약사범만 걸려들고 상선은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상선은 조직이다. 이들에 대해 함구하면 징역살이 후 조직에서 수고비와 마약 판매 지역구까지 따로 챙겨 받는다. 반대인 경우 일상에서 보복의 위험을 달고 살아야 한다. 이해 득실을 따져보면 조직에 대해 입을 다물고 수사기관에는 고객을 넘겨 형량을 조절하는 게 수지가 맞는다는 이야기다.

기자가 제보를 통해 파악한 조직은 서울시 중구와 강남구에 각각 거점을 둔 2곳이었다. 이들은 동남아를 원료 공급 기지로 삼고 있다. 지난 4월 1일 캄보디아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된 한국인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취재 과정에서 베트남에 거점을 둔 마약 시장의 대모, 조선족 여성의 존재도 언급됐다. 이들은 주로 배편으로 부산항과 인천항으로 원료를 밀수, 운반책이 이를 입수해오면 조직에서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시흥 등 인적이 드문 외지에 꾸린 공장에서 약사들을 통해 액상 대마, 코카인, 필로폰 등을 제조한다고 한다. 이후에는 판매책에게 마약이 전달되는데, 최근 언론에서 줄기차게 보도되는 텔레그램 등 SNS를 이용해 시장에 풀린다고 한다. 결국 동남아가 원료 공급기지, 한국이 공장과 소비시장을 동시에 겸하는 구조인 셈이다.

지난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된 마약사범 이모(32)씨를 서울 홍대 근처 한 술집에서 만났다. 호주에서 필로폰을 처음 접했다던 그는 영주권을 얻지 못하면서 국내로 귀국했다. 처음엔 국내에서 마약을 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트위터에서 검색하면 판매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거기 적힌 텔레그램 아이디로 문의하면서 접선이 이뤄졌다. 판매자는 처음엔 내게 약을 해봤는지, 끊어봤는지 등을 계속 캐물었다. 이런 검증 절차를 통과하자 가상화폐 계좌를 공개하며 입금하라고 했다. 전달 방식은 던지기 수법이었다. 건물 뒤편의 전기 단자함이나 에어컨, 환풍기 쪽이 건네받는 주 장소였다.”

이씨는 한번 중독되면 뭘 해도 즐겁지 않아 마약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고 말했다. “잠깐 약을 끊었던 시기에 보험 영업으로 월 2000만원을 벌면서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사치는 다 누려봤다. 그래도 만족이 안 돼서 다시 약에 손을 댔다. 가상화폐로 거래하면 적발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게 실수였다. 마약을 너무 하고 싶을 때는 안 걸릴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드는데, 실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한번 손대면 평생 참는 것 말고 방도 없어”
이씨는 판매자가 검거되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거래 후 흔적을 지운다던 약속과 달리 고객 리스트에 이씨의 신원과 정보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이씨도 결국 조사실에서 함께 필로폰을 한 지인들의 정보를 넘겼다. “쾌락의 최종 목적지는 마약이다.” 소주를 연거푸 들이켜던 이씨가 말했다.

국내의 마약 중독자들은 서울과 부산의 마약류중독재활센터에서 치료를 받는다. 입소 후 그들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마약을 평생 참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평균 35%다. 마약 재범자 중에 3년 이내 재검거 비율은 80%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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