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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중단'도 옛말, 中 대놓고 감싸자...김여정 "한·미 겁먹은 개"

중국이 미ㆍ중, 한ㆍ중 정상회담 관련 발표문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데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도 북한에 대한 규탄 없이 한ㆍ미 연합훈련 중단만을 요구했다. 과거 '쌍중단'(雙中斷ㆍ북핵 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등 원칙을 내세워 표면적으로라도 북ㆍ미의 책임을 동등하게 제기하던 중국이 최근 들어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를 노골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발언하는 모습. REUTERS/Andrew Kelly/File Photo. 연합뉴스.
대놓고 北 감싸는 중국
장쥔(張軍) 주유엔 중국대사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열린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답해야 한다"며 "북한을 향한 군사 훈련을 중지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분간 이어진 그의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려를 표하거나 비핵화를 촉구하는 대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북한이 ICBM을 쏘며 5년 만에 모라토리엄(ICBMㆍ핵실험 중단)을 깼던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장 대사는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직접 언급하며 "중국은 현 사태 전개에 우려를 느낀다"고 했다.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북한의 우려에 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과 북한 모두의 책임을 강조한 '쌍중단' 원칙에 입각한 입장 표명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당국이 발신하는 대외 메시지에서 북한 도발을 우려하거나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지난 14일과 15일(현지시간)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각각 열렸던 미ㆍ중, 한ㆍ중 정상회담 후 중국 측 발표문에는 북핵 문제 관련 대목이 아예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담 후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게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했다"고 강조했던 것과 대조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모습. 대통령실.
"중국 내 비핵화 언급 사라져"
외교가에선 "최근 북핵 문제 관련 중국의 스탠스가 중국의 오랜 대북 원칙인 '쌍중단'보다도 오히려 더 후퇴하는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외교 안보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지난 18일 한국유라시아학회 주최 국제 학술대회에서 "중국 고위층의 한반도 관련 의제에서 최근 비핵화 부분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이 크게 변화해 중국 정부 및 고위층의 한반도 관련 성명을 보면 주요 의제로서의 비핵화 부분이 삭제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최근 중국은 북한의 ICBM 도발에 대해서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현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적당히 유지해 나가는 것이 자국에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중국이 핵확산 방지에 책임이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북핵 관련 책임을 방기하는 것은 근시안적 판단"이라며 "한ㆍ미ㆍ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동북아 내 자체 핵무장론이 힘을 받으면 결국 자국에 위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국제무대에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감싸는 듯한 모습을 반복하면서, 북한의 도발 수위는 급격하게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2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전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ㆍ미를 비롯한 14개국이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자 맞대응 담화를 내고 미국 등 14개국을 "겁먹고 짖어대는 개"에 비유했다. 이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8월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노동신문. 뉴스1.
한한령은 일부 해제
한편 대통령실은 "한ㆍ중 정상회담 후 중국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한국 영화 상영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22일 밝혔다.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반발해 중국 내에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령)이 등장한 지 6년 만의 진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제ㆍ문화 분야에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에서 핵심적 사안인 북핵과 관련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전례 없이 거세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해 중국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에서 한한령이 일부 해제됐다"며 "타이밍을 고려할 때 중국 측은 한반도 문제 관련 자국의 미진한 역할을 문화ㆍ인적 교류 확대로 메워보려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현주(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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