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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도전인터뷰 | 돌아온 김용태 여의도연구원장의 보수 회생 플랜

“중도층과 청년 붙잡을 정책과 인물 없이는 수도권 선거 어렵다”

■ “여의도연구원 위상 되찾기 위해 정책·소통·여론조사 능력 강화하겠다”
■ “첨예한 이슈에 당·정부보다 먼저 입장 내놓을 수 있는 역할 해낼 것”
■ “경제 상황 좋지 않은데 여당이라고 2024년 총선 낙관하는 것은 오판”
김용태 여의도연구원장이 현실 정치로 돌아왔다. 그는 여의도연구원 재건이 곧 2024년 총선 승리와 직결된다고 믿는다.
여의도연구원(이하 여연)은 보수정당 국민의힘의 싱크탱크다. 여연은 ‘중장기 국가 비전과 전략을 연구하고, 시민 청년 교육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여연이 궁극적 목표인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따진다면 긍정적 답변을 듣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5월 대선만 봐도 여연의 여론조사는 실제 선거 결과와 괴리가 상당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22년 9월 16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여연의 ‘구원투수’로 김용태(54) 전 의원을 임명했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18~20대) 의원을 역임한 김 원장은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을 거쳐 2020년 총선 때 험지 구로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그의 정치 인생 시작은 2004년 여연 기획위원이었다. 18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소위 ‘이준석 사태’에 휘말려 정식 취임은 10월 24일에야 이뤄졌다. 여연의 이사장은 당대표다. 당대표 부재 사태가 길어지며 원장 인사의 효력이 애매했던 것이다.

11월 9일 찾아간 여연 사무실에는 빈자리가 적잖이 눈에 띄었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채워나갈 것이 많다는 의미일 수 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여연의 상황이 딱 그럴 것이다.

“여연, 민주연구원보다 위축돼 있어”
2022년 10월 24일 김용태(오른쪽) 여의도연구원장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건강이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낙선 후 몇 달 몸이 안 좋아서 치료받고 쉬었던 적이 있다. 그사이 내가 ‘혈액암에 걸렸다’고 소문이 났던데 사실무근이다. 작년에 원희룡 장관을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정에서) 도와주며 복귀했다.”

야인으로 지내면서 뭘 느꼈나?

“12년 동안 국회에서 일만 하다가 쉬게 되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더라. 아내와 아이들과 많이 이야기하게 됐다. 왜 청년들이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미래에 희망을 갖지 못하는지 이해도가 높아지더라. 현업에 복귀하면 조금 더 현실감 있게 일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나 싶다.”

여연 원장 제의를 수락한 이유는?

“정치는 ‘현장감’이 떨어지면 안 된다. 또 여연의 위상을 되찾는 일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 정진석 위원장도 ‘여연이 요즘 ARS 조사 말고 뭐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있다. 당신이 가서 명성에 걸맞게 만들어봐라’고 하더라.”

홈페이지만 찾아봐도 여연의 최근 활동이 미미한 것이 느껴진다.

“우리의 비교 대상은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이다. 그곳에 비해 지금 우리가 위축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연은 기업이나 국책연구원과 다르다. 우리는 가치를 지향한다. 정당의 정책은 당파성을 띨 수밖에 없다. 당파성을 견인하는 가치와 지향이 존재해야 하고, 그것에 의해서 정책이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의 정체성을 당원과 국민에게 각인시켜서 ‘민주당보다 훨씬 좋으니 우리를 지지해달라’고 해야 한다.”

가치 경쟁에서 보수는 진보보다 불리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이미지로 보수를 인식하면 ‘부자나 기득권을 위한다’는 식이 된다. 우리가 분명한 가치를 천명하려면 우리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부터 있어야 한다.”

당원의 컨센서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은 옛말인 것 같다.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보수는 분열로 망할 듯하다. 겨우 봉합은 됐지만, 이준석 전 대표만 해도 포용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비상대책위원회는 일종의 과도기다. 더는 싸우지 않고, 나름대로 공정하게 차기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 축구로 치면 15분도 안 돼서 두 골을 먹은 셈이다. 더 실점하면 큰일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잘잘못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결과에 의해 우리 당 지지율이 내려가고, 보수층은 물론 일부 중도층에서 ‘이제 그만 좀 하라’는 여론이 생긴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도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꽤 높다. 이는 현재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의 표출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지도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판이 열리면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솔직담백한 성품의 김 원장이지만 유 전 의원에 대해선 원론적 답변만 줬다. 여연 원장의 말 한마디가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신중함이 감지됐다. 아마도 이는 국민의힘 주류가 유 전 의원을 바라보는 정서일 수 있다.

“경제 현안에 尹 대통령이 그립 잡는 모습 보여야”
여의도연구원은 예전부터 보수의 가치를 논했지만, 제대로 된 변화에 번번이 도달하지 못했다. / 사진:연합뉴스
환부를 제대로 짚어야 정확한 처방을 얻을 수 있다. 임기 초인데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왜 이렇게 지지부진할까?

“대통령의 언행보다 지금 국민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본다. ‘더 나빠지겠구나’, ‘쉽게 해결이 안 되겠구나’, 국민들이 막막한 것이다. 이자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지, 내 일자리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내 아이는 취직할 방법이 안 보이지…. ‘전임 정권 탓이다’, ‘전 세계가 다 똑같이 어렵다’, 이런 이야기도 안 통한다.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은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젠다를 끌고가고 있고, 정치 지도자로서 대통령은 경험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가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반등할 것이라고 보는가?

“이태원에서 사고가 났을 때 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안했지만, 사회적 대혼란 속에서 대통령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역할을 했다. 경제 위기 속에서도 경제 관료에게 맡기는 방식을 넘어서서 대통령이 ‘그립’을 잡고 ‘힘들어도 믿고 따라달라’는 모습을 보일 때, 국민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에 추월당한 것도 의연하게 넘길 일은 아닐 것 같다.

“복잡할 것 없다. 중도층, 청년층이 이탈했고, 전통적 지지층이 의견을 표명하지 않으니까 이 상황이 된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데 TV 화면에선 만날 싸운다. 채널을 안 돌리게 하려면 민생을 이야기하고, 현장을 찾아다녀야 한다.”

그렇게 움직이게 만드는 콘텐트를 여연이 제공해야 할 텐데?

“영국 보수당처럼 여연도 가치와 지향을 천명하는 초안을 짜고 있다. 사실 정책의 차이 그 전에 가치와 지향에서 우리와 민주당은 확실히 다르다.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추구를 바탕으로 대선 공약 등 기존 정책을 재분류·재가공할 것이다. 여연 홈페이지를 일종의 정책 아카이브로 재구성할 생각이다. 이에 맞는 전문가들도 영입했다.”

‘국민의힘의 신조’라 불릴 이 초안에는 ‘국민의 재산권은 보호돼야 하며 이에 대한 제약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시장의 실패보다 정부의 실패가 더 보편적이고 심각하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정당은 이익 집단이 아니라 가치지향 집단”이라고 규정한 김 원장은 민주당의 ‘권리당원 필수 이수 과목’에 필적할 만한 교재를 국민의힘 내에서도 만들 방침을 세워뒀다.

여연을 국민의힘의 이념적 전초 기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들린다.

“찬반이 엇갈리는 첨예한 이슈일수록 이해당사자가 많다. 이럴 때 우리의 입장을 세워야 하지만, 당이나 정부가 선뜻 공개적으로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런 현안에 대해 여연이 명료한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연의 여론조사 시스템에 대해서도 변화를 시사했다.

“어느 시대인데 ARS 조사로 통하겠나. 여론조사 전문가를 부원장 겸 조사 총괄 역할로 보강할 생각이다. 빅데이터 회사와도 계약했다. 매주 진행한 조사를 우리 당 지도부에 전달하고, 어떤 이슈에 어떤 방향으로 입장을 정할지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당이 얼마나 바뀔지는 절박함에 달려”
김용태 여의도연구원장은 혁신을 위해 인적 쇄신부터 착수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선거,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2024년 총선에서 또 이길 수 있을지에 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

“차기 지도부가 지금 같은 상황을 그냥 유지해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수도권은 현재의 민심 상태면 어렵다. 민주당만 해도 지도부나 세력 교체가 이뤄질 수 있고, 일부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경제 위기라는 사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이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돌아서지 않으면 정책이나 인물을 조금 교체하는 것만으로는 쉽지 않다. 인물과 정책을 어느 정도로 바꿀지, 얼마나 담대하게 변화할지는 절박함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혁신의 기운이 커질수록 이를테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처럼 참신한 인물이 국민의힘으로 투입돼야 한다’는 여론이 올라갈 수 있다.

“그 문제는 내가 지금 언급할 일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는 무의미한 이야기다. 총선은 구조적·상황적·상대적 요소가 작용한다. 구조적 요소는 경제 문제 같은 것이고, 상황적 요소는 이제 막 나타나고 있는 정국 변수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로 향하는 검찰 수사를 지칭하는 것으로 들렸다.) 그리고 상대적 요소는 민주당 대비 우리의 경쟁력이다. 우리는 이제부터라도 실점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실점을 절대로 하지 않으면서 전당대회를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도록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중도층과 청년층을 끌어들여서 지난해 4월 보궐선거만큼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2016년 공천, 2020년 총선처럼 선거를 망치는 결과는 현실을 오판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여성층, 특히 20대 젊은 여성층은 국민의힘 지지를 여전히 주저한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나?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성은 태생적으로 불리한 점이 있고, 특히 대한민국에는 남성 기득권이라는 유리 천장이 존재한다’고. 그랬더니 아들이 ‘우리 세대는 아니’라고 자르더라. 이들은 정치가 무엇을 해준다는 약속을 믿지 않는다. ‘최소한 누구한테 불리하지 않게, 공정하게만 해달라’고 요구한다. 지난 대선 때 이준석 전 대표가 반(이대남과 이대녀 구도)을 갈랐지만, 현재는 나머지 반(이대남)마저 떨어져 나간 상태다. 그렇다고 이 전 대표식으로 남성만 견인하는 방식은 안 된다.”

젠더 갈등은 공정 이슈로 연결되고, 이는 협소한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고 볼 수도 있다.

“결국 패키지 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노동개혁(노동유연화)과 복지개혁(사회안전망)을 묶어서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금개혁 드라이브도 걸 수 있다. 반대 세력이 엄청난 만큼 ‘총선에서 우리 당에 표를 주면 1년 안에 해치우겠다’고 공약을 걸 수 있다.”

“보수의 가치와 어긋나면 싸워야”
정책 디자인으로 2024년 총선에 임하겠다는 전략인가?

“차기 지도부가 들어서는 순간부터 (총선) 승부처가 되는 메가 이슈에 관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정확하게 큰 판을 읽고, 핵심 타깃층에서 어떠한 득표력을 얻을 수 있을지를 정확하게 측정한 다음에 정치판으로 굴려야 한다. 우리가 다수당이 됐을 때 이 공약들을 그대로 밀고 갈 수 있을지를 계산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국가로부터의 자유보다 국가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 같기도 하다.

“시장이 돌아가면서 만들어내는 효율이 정부가 개입해서 얻어내는 것보다 더 많이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설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굉장히 합리적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5년 내내 무책임하게 조삼모사식으로 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이 부분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국민을 설득하고 득표로 연결하는 작업이 여연의 기본적 역할이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국민의힘은 부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단순하지만 꽤 강력하다.

“예를 들면 아이들 무상급식,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우리의 가치나 지향에 어긋나지 않는다. 하지만 전 국민에게 주겠다는 (이재명식) 기본소득은 다르다. (국가의 지원을 더 받아야 할) 국민에게 돌아가는 총량이 줄기 때문에 격렬하게 싸워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서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이 커졌다. 주식시장의 화두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서도 윤 정부가 도입 유예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국민의힘 역시 ‘부의 사다리’ 복원에 별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

“부동산은 가격하락, 고금리, 거래절벽이 맞물리며 담보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가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올랐으니까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없다. 금투세 유예도 주식 부자들한테만 좋은 것이 아니다. 이는 가치의 문제이자 현실적 문제다.(민주당이 주도하는) 현실의 처방이 우리의 가치와 어긋나면 싸워야 한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jokepark@joongang.co.kr / 녹취 정리 최소라 월간중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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