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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노골적 지원' 확인한 김여정 "치명적 안보위기 직면할 것"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기류에 대해 “겁먹고 짖어대는 개에 비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원색 비난을 퍼부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명백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정당한 대응을 “자주권에 대한 침해”라며 책임을 오히려 한ㆍ미에 떠넘기는 주장을 펼쳤다.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8월 공개 연설을 통해 남측에 의해 코로나19가 북에 유입됐다고 주장하며 강력한 보복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8월 11일 오후 김 부부장의 연설 전문을 육성으로 공개했다.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22일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미사일 관련 논의 자체를 문제삼았다.


김 부부장은 “미국의 사촉(唆囑ㆍ남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일을 시킴) 밑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 발사를 걸고드는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려놓았다”며 “미국과 남조선이 분주히 벌려놓고 있는 위험성이 짙은 군사연습들과 과욕적인 무력 증강에 대해서는 한사코 외면하고 그에 대응한 우리의 불가침적인 자위권 행사를 거론한 것은 명백한 이중기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그에 추종하는 반동 무리들의 이러한 망동을 우리의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로, 조선반도 정세를 새로운 위기 국면에로 몰아가려는 엄중한 정치적 도발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 데 대하여서는 그가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추가로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부인인 리설주 여사가 손을 모으며 기뻐하고,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격정적으로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 부부장은 특히 “아무리 발악을 써봐도 우리의 자위권은 절대로 다칠 수 없다”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반공화국 적대 행위에 집념하면 할수록 보다 치명적인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추가 핵실험이나 ICBM 발사 등 더 높은 수위의 도발을 예고한 말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 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낸 것은 지난 8월 정부가 제안한 ‘담대한 구상’을 거부하는 내용의 담화를 낸 이후 3달 여만이다. 특히 9월말부터 집중된 북한의 무차별 도발 국면에서 ‘김씨 일가’가 직접 전면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인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과정을 기록한 영상을 19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TV 캡처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부부장의 담화는 추후 도발에 대한 명분쌓기로 볼 측면이 강하다”며 “특히 초강경 대응을 언급한 것은 다탄두, 재진입 기술을 포함한 ICBM 실험은 물론 7차핵실험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특히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가 성과 없이 종료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안보리에서 장외 성명이 발표됐던 것이 처음이 아닌데도 북한이 강경한 반응을 보인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들의 편을 들어준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 때문”이라며 “특히 중국이 과거엔 미국과 북한에 각각 군사훈련과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을 뜻하는 ‘쌍중단’을 해법으로 제시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북한에 대해 아무 요구조차 하지 않으면서 북한에 대한 지지가 강화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실제 유엔은 2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를 열고 북한에 대한 제재안을 논의했지만, 중ㆍ러가 노골적으로 북한을 두둔하면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ㆍ미ㆍ일 등 14개국 대사들은 회의 직후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고 비핵화를 촉구하는 장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 차원의 공식 대응을 대신한 독자 제재 조치 등의 우회로도 검토하고 있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움직임을 ‘겁먹고 짖어대는 개’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안보리 공개회의가 끝나자마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영국, 프랑스, 오스트랄리아, 일본, 남조선을 비롯한 오합지졸 무리들을 거느리고 나와 듣기에도 역스러운 공동성명이라는 것을 발표하며 불순한 기도가 실현되지 못한 분풀이를 해댔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21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은 이러한 내용의 김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한국 시간으로 오후 7시 무렵 공개했다. 미국 시간으로는 업무가 시작되는 새벽 시간대에 해당한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이에 대해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기존의 대미ㆍ대남 메시지에 더해 유엔 안보리 회의라는 ‘플러스 알파’ 상황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담화를 내놓은 시간이 미국 동부는 새벽, 유럽은 오전, 한국은 일과를 마무리 하는 오후 시간인 것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제사회가 동시에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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