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삶] 스스로 인지하든 못하든
사람들이 정말로 두려워하는 것은/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외톨이’로 여겨지는 것이다./ 당신은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있지 못해서 외로운 것이다./ 루소는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사는 것보다/ 훨씬 덜 힘들다’고 말했다.-마리엘라자르토리우스 ‘고독이 나를 위로 한다’ 부분
이틀이 멀다하고 총기사건이 일어나는 미국이다. 총기사건의 유형을 살펴보면 집단 내에서의 소외, 따돌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왕따를 당한 사람의 내면 분노가 자신을 향하면 자살로 이어지고 그 반대이면 총기 난사 같은 끔찍한 사건을 유발한다.
지난 13일 밤에 일어난 버지니아대학 캠퍼스 총격 사건의 범행 동기도 그룹에서의 소외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발표했다. 용의자인 존스 주니어는 풋볼 선수들이 탄 버스 안에서 총기를 난사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는 풋볼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실전 경기에 출전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왕따는 학교폭력의 한 유형이다. 많은 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왕따는 집단 내에서 다수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해를 가하는 행위를 말한다. ‘집단 따돌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한 집단 안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집단에서 소외시키거나 괴롭히는 일종의 정신적 폭력이다.
왕따는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일만은 아니다. 가족 내에서도, 직장 내에서도,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유사한 일이 일어난다. 일본의 ‘이지메’는 역사가 깊다. 서구권에서는 ‘bullying’이란 용어로 퍼져있고 기성세대들의 세계에서도 드물지 않다.
왕따의 전 단계는 은따라고 한다. 은근히 무시하고 따돌리는 경우다. 끼리끼리 모여 누군가를 은근하게 무시하는 행위는 어른들 사이에서도 흔하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특정인의 옷차림이나 생김새를 화제 삼는 일은 얼마나 흔한가. 그냥 지나가는 말이라고 조금의 죄의식 없이 하는 행동들이 누군가에게는 죽고 싶을 만큼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집단 따돌림을 행하는 가해자의 정신적 이유로는 스트레스를 약자에게 풀고자 하는 심리, ‘다름’에 대한 두려움과 이질감, 자신이 소수자였을 때 받은 핍박을 되갚는 심리, 집단의 응집력을 강화하는 수단, 열등감, 권한 과시, 등등을 들 수 있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가해자 역시 집단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로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당한 왕따 트라우마의 극복책으로 다른 사람을 왕따시키거나 집단 안에서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힘센 다수의 편에 서기도 한다.
사회는 점점 과격해진다. 말은 물론 행동들도 그렇다. 폭력적이고 거친 단어들이 만연하다. 사람은 그가 누구이든 자존감을 지키고 살 권리가 있다. 사람이 가장 참기 힘든 것은 사람을 옆에 두고도 투명인간처럼 취급되며 무시당하는 일이다.
스스로 인지하든지 못하든지 우리는 한때 가해자이기도 했겠고 한때는 피해자이기도 했을 것이다. 오늘 나의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번번이 오류를 범하고 사는 게 어리석은 우리다.
사람을 죽이는 게 창이나 칼만이 아님을 잘 안다. 은근한 비하의 눈빛이나 은근한 굴욕의 말로도 사람은 죽을 수가 있다. 누군가의 인생을 꺾어버리는 일에 가담한다는 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두렵고 슬픈 일이다.
조성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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