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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리스크

한영익 정치에디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미국 경제학자 제임스 토빈 전 예일대 교수가 198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뒤 언급한 투자원칙이다. 기자회견장에서 “당신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쉽게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만일 바구니를 떨어뜨리면 모든 것이 끝장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요즘은 투자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상식으로 취급하는 경구다.

그가 이론적으로 기여한 ‘포트폴리오’는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고위험·저위험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게 핵심이다. 투자 상품의 분산 비율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 가지 상품에 전 재산을 올인하는 걸 금기시한다.

이런 상식을 거슬렀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최근 금리가 수직상승한 탓에 무리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매한 이들이 곤란에 처한 게 대표적이다. “영끌해 경기도 20평대 집 마련한 걸 후회한다. 어두운 터널에 갇힌 기분” “대출을 총동원해 주식·코인에 투자했는데 4000만원을 손해 봤다”며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리스크 분산에 소홀했던 수업료를 온몸으로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에 요즘 정치권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 위주의 전략을 공고히 하고 있다. “빠져나갈 구멍조차 틀어막고 있다”(중진의원)는 우려는 뒷전이 돼버렸다. 향후 수사·재판 결과에 따라 자칫 잘못하면 당 전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위험 분산에 취약한 건 ‘친윤’ 일색으로 흐르는 국민의힘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이 삐걱대도 ‘윤석열 정부 뒷받침론’만 언급되는 탓에, 최근 선거에서 여당을 지지했던 2030세대는 상당수가 지지층에서 떨어져 나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세대 지역 인재 계급 등 다방면에서 고립된 정당이 돼 2년 전 총선에서 참패한 과거는 잊은 듯 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양당 지지율은 5주째 32~35% 선으로 오차범위 이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고정 지지층 덕에 위기 때마다 국민에게 진 빚을 탕감받아왔던 양당의 생존사가 이제는 바뀔 때도 된 것 같다.



한영익(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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