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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한·중·일 협력 불가능? 한반도·환경 등 공동이익 찾아야

대전환의 시대, 중국의 미래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국제정치의 현실주의자들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생존’이라고 말한다. 생존이 경제적 번영보다 우선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면서 ‘궐위의 시대’를 맞이한 지구에 전쟁이라는 현실이 더해지면서 현실주의자들의 인정머리 없는 진단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 속에 숨죽이고 있던 그들의 시대가 돌아온 것이다.

이 같은 변혁의 시대를 맞아 지난 18일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가 창설 10주년을 기념해서 한·중·일 3국 학자를 초청해 개최한 ‘대전환의 시대, 중국의 미래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제학술회의는 적지 않은 시사를 준다.

중국을 유일 경쟁자 상정한 미국
민주화 대신 권력집중 빠진 중국
치킨게임으로 돌입한 미·중 대립
해법은 한·중·일 3국 교류 활성화

지구촌 시민들은 현재의 경제적 향유가 상호의존의 과실임을 잊고 자신의 국가에 가치와 정체성에 기반을 둔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만을 강조하는 자기중심성만으로는 이익과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자신의 권력과 능력의 크기에 따라 가치·이익·안보의 비율을 조율하는 외교적 위선을 발휘하는 게 주권 국가의 숙명이 됐다.

왜 대전환의 시대인가

미·중 대립의 돌파구로 한·중·일 3국의 글로벌 이슈 협력이 거론된다. 사진은 왼쪽부터 ‘아세안+3 정상 회의’에 참석한 기시다 일본 총리, 윤석열 대통령, 리커창 중국 총리. [뉴시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경쟁과 대립은 이제 신냉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경쟁이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면서 목적을 이루려는 행동이라면, 대립은 비용과 편익의 고려보다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제로섬’ 선택이다. 큰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무릎 꿇리겠다는 치킨 게임에 돌입한 것이다.

미국은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능력을 지닌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향후 10년을 미국의 핵심이익을 증진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결정적 시기로 간주했다. 중국은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세계가 ‘100년 만의 대변국’을 맞았다며 미국을 겨냥해 패권주의·강권주의·이중잣대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마쓰다 야스히로 일본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는 “현행 국제질서는 이미 균형을 잃었는데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라고 말한다. 그는 미·중 대립과 코로나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화가 부분적으로 정체되고 일방주의·보호주의·역글로벌화의 사조가 대두했다고 진단한다.

중국의 미래는 어떤 모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차 당 대회 보고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쉬부(徐步) 중국국제문제연구원장은 중국식 현대화는 중국 공산당이 영도하는 사회주의 현대화라고 말한다. 여러 국가의 현대화가 갖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지만, 중국 특색을 띠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 중국적 특색은 인구 대국의 현대화,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를 실현하는 현대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는 현대화, 평화발전의 길로 나아가는 현대화 등 다섯 가지에 이른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강한 리더십과 권력의 집중이 필요한 결과 20차 당 대회에서 일인체제 공고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은 중국의 미래와 관련해 세 가지 유형을 상정한다. 국제사회에서 협력적 자세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중국, 권력이 커지며 자신의 의지를 투사하려는 공세적인 중국, 경제발전 이후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중국이 그것이다. 현재의 중국은 자기결정권을 지키기 위해 민주화를 포기하고 권력집중(極權)의 유혹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미·중 관계는 제도·담론·이념 경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대만 문제에서도 힘의 대결을 준비하는 길에 들어선 모양새다. 과거 중국의 통일 담론이 중국이 현대화에 성공하면 대만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면, 현재 시진핑의 통일 담론은 중국이 현대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대만 통일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이런 담론의 변화가 대만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고 있다.

미·중이 저마다 자기 주도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여타 국가들은 미·중이 야기한 구조적 변화에 따라 발생할 커다란 비극과 재앙을 예감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지정학적 중간국이자 통상문화국가는 능력을 발휘할 시장과 무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중·일 학자들은 모두 현재의 위기 속에 서로 간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같은 시공 속에 있는 한·중·일이 각기 다른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탕스치(唐士其)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은 주희(朱熹)의 ‘이일분수(理一分殊)’ 사상을 예로 들어 이치가 같더라도 서로 다른 상황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한다. 중국과 서구가 각기 다른 맥락에서 상이한 개념으로 각자의 정치를 표현하고 있지만, 상당히 유사성이 많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식의 자주성을 제창하는 게 지식의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지식의 공통성을 무시하면 지식의 진보를 방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국과 서구의 소통 가능성을 역설한 것이다.

구조적 비극, 출구는 어디에 있나

물론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동아시아의 협력을 실천한다는 건 분명 어려운 과제다. 그러나 마쓰다 교수는 동아시아보다 작은 범주인 일본-중국-한국의 협력은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한·중·일 3국이 공동의 이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경제적 상호의존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환경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 가능한 영역에서부터 실천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상호이해를 위한 교류부터 회복해야 한다. 유학 및 관광 등 인적 교류 강화가 중요하고, 민감한 첨단기술을 제외한 경제관계 강화도 긴요하다. 또 기존의 다자협력기구를 통한 관계 회복도 절실하다. 양자적 관계가 권력의 비대칭성 속에 상호존중을 구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자적 관계를 통해 공동의 규범을 만들고 실천해야 하는 게 출구 전략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지 않는 다자적 관계를 통해 제3의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미·중의 권력장으로부터 벗어나 외교적 자율성을 발휘할 공간을 확보하고 오히려 미·중을 중재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투쟁 앞세운 중국, 한국에 대한 ‘뒤끝 외교’ 우려
시진핑 3기의 한·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성균중국연구소가 배출한 학자 10명(강수정·김도경·김현주·서정경·양철·이기현·이영학·이주영·이홍규·황태연)은 한·중 관계가 주변화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우선 시진핑 주석이 ‘감히 투쟁하고 투쟁을 잘하는(敢于鬪爭 善于鬪爭)’ 투쟁 정신을 강조하며 미국의 중국 견제와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며, 이로 인해 향후 미·중 전략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특히 개혁개방 노선과 결별하고 정체성의 정치를 강화함으로써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가치의 거리’를 더 벌리고 협력 공간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선진국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게 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주변국과 개발도상국을 회유해 미국의 예봉을 피하고자 하겠지만, 한국이나 일본 등 이웃 나라가 미국 편승을 분명히 할 경우 명시적 또는 묵시적 보복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으로선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마음에 걸리겠지만, 한·일이 미국 편에 서는 등 관계의 구도가 분명해질 경우 한·중 관계가 주변화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투쟁 정신과 투쟁 능력을 강조하는 중국이 ‘뒤끝’ 있는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한국의 중국연구 방향성과 관련해 중앙중심적 시각에만 국한하지 말고 지방과 시민사회 등 좀 더 다양한 주체의 입장과 시각에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진단도 나왔다. 개별 국가의 국익을 넘어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시각과 실천이 중요하게 언급됐다. 또 서구 주류의 시각과 대항할 중국에 대한 내재적 접근과 비판적 중국학의 전통을 이어나갈 필요성이 제기됐다.

장영희 성균관대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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