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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유가족의 절규, 참사 문책과 진상 규명 속도 내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첫 기자회견서 “국가는 어디서 뭘 했나” 눈물
정부·여당 대응 미숙, 국정조사 등 정쟁 빌미 돼

어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고 발생 23일 만이다. 이들은 먼저 떠나보낸 자식을 가슴에 제대로 묻지도 못한 채 울고 또 울었다. 희생자의 부모들이 단장의 아픔을 억누르며 꾹꾹 써내려간 글을 읽을 때마다 회견을 지켜보던 시민들도 함께 흐느꼈다.

유가족은 그동안의 정부 대응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사고 전후 조치가 모두 미흡했기 때문이다. “6시34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해야 한다’ 등 112 신고가 11차례 있었지만 경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한 어머니는 “아들이 심폐소생술은 받았는지, 구급차 이송 중에 잘못된 건지 사망 상황조차 아직 모른다”고 했다.

수습 과정에는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보고받고도 어슬렁어슬렁 뒷짐을 지고 걸어간 용산경찰서장이나 인력을 미리 배치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한 행정안전부 장관은 인간적 따뜻함이 조금이라도 있던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답해 달라”고 했다. 참사를 정쟁에 이용하는 정치권과 2차 가해자들에 대해선 “망언을 일삼는 이들은 자신이 당해 봐야 알 수 있겠느냐” “발로 뛸 줄 알고 뽑아줬건만 자기 자리만 지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배우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윤석열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자들을 호되게 처벌해 주세요”라며 읍소했다.

구구절절 폐부를 찌르고 가슴 울리는 이야기다. 이들이 요구한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와 철저한 진상 규명, 성역 없는 책임자 처벌은 응당 이뤄져야 할 조치다. 하지만 정부가 그동안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대응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모든 사고 책임자들은 면피에 급급하기만 했다.

그렇다 보니 참사를 정쟁에 이용할 빌미까지 줬다. 야당 의원들은 장외로 나가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심지어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방패막이로 쓰려고 한다. 정치공세란 속셈이 뻔한데도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정부·여당이 제대로 사고를 수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어제 기자회견 시작과 함께 대통령실에서 피해자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유가족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이 원한 건 금전적 보상보다 투명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문책이기 때문이다. 유가족이 느낄 수 있는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는 물론이다.

진실이 하나둘 밝혀질수록 참사의 근본 원인이 정부의 부실대응과 직무유기에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누군가 사태에 책임진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무한책임”이라고 했다.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지금 국민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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