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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겨울전쟁은 푸틴 구하지 못한다…러 군대 끝장날 수도"

22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T-80 탱크에서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겨울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고통을 가중시키기 위해 에너지 인프라시설을 폭격하고 있지만, 정작 러시아군이 지상에서 치러야 할 '겨울 전쟁'이 더 험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군의 형편없는 방한 장비와 보급 부족, 고질적인 병참 문제가 혹한에서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30년간 영국군에 복무하며,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지휘관으로 참전한 리차드 켐프는 2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기고에서 "겨울 전쟁은 푸틴을 구하지 못할 것이다. 그의 군대를 끝장낼 수도 있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가 치른 전쟁에서 겨울은 특별한 이득을 줬지만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만큼 혹한에 강하고 보급과 병참, 사기 면에서도 낫다고 하면서다. 앞서 19세기 나폴레옹과 제2차 세계대전 때 러시아(소련)를 침공한 독일은 혹한으로 인해 패퇴했다.

켐프는 "우크라이나인은 프랑스·독일과 달리 눈·얼음 등 혹한에 익숙하다"며 "1939년 소련군의 침공(1차 겨울전쟁)을 물리친 핀란드인처럼 혹한에서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다"고 했다. 당시 핀란드군은 얼어붙은 호수를 건너 소련군을 급습하는 등 혹한과 지형을 잘 이용했다.

켐프는 군대에서 혹한은 총탄만큼 고통스럽다고 했다. 얼어붙은 참호나 버려진 농가에서 떨고 있으면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노출될 수 있으며, 아무리 강인한 군인도 사기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조건은 양측 모두에 적용되지만, 우크라이나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했다. 서방에서 보급된 방한복 등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반면 "러시아군의 보급품은 장교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암시장으로 흘러간다는 보고가 있다"고 했다.

사기 측면에서도 러시아에 불리하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 원정 온 상황이며, 명분 없는 전쟁이 그들의 사기를 꺾어놓았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9개월간의 전투로 지쳐 있지만, 최근 잇따른 승리로 사기가 높아진 상태다. 켐프는 "전선에서 버티는 것과 도망치는 것의 차이는 그런 끔찍한 상황에서도 전력을 다해 싸우려는 의지가 만들어낸다"고 했다.

또 이달 초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는 전투에서 진 것이 아니라 병참의 실패라며, 이런 어려움은 겨울에 가중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도 병참의 어려움은 있다. 특히 최근 계속된 러시아의 인프라시설 공습 여파가 우크라이나군의 장비·보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또 겨울 동안 지체된 보급은 내년 봄 군대의 공급망에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양측 군은 겨울 동안 움직임이 제한될 것이라고 켐프는 관측했다.

앞서 영국 국방부도 짧은 낮으로 인한 전투 양상의 변화, 다친 병사를 구할 수 있는 '골든아워' 단축, 혹한으로 인해 오작동하는 무기가 겨울전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캔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지난 14일 뉴스위크에 "러시아군이 혹한기 작전에 많은 경험이 있지만, 취약한 병참으로 인해 전장에서 그 능력과 교리를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가 봄 공세를 위해서라도 겨울 기간 공세를 늦추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정치·군사 차관보(2008~2009)를 지낸 마크 키미트는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도움을 얻어 봄 공세를 준비해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러시아 탄약고와 지휘소 등에 장거리 공습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나토 등 동맹은 단순히 장비 지원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에 장비 교육을 계속하고, 올해의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의 작전계획을 우크라이나와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우크라이나 당국은 헤르손 남쪽 킨부른 반도를 지상군이 점령했다고 밝혔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킴 미콜라이우 주지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드니프로강 하구 킨부린 반도 서부 지역을 대부분 점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은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를 회복하고 있다. 3곳의 정착지만 탈환하면 된다"고 말했다. 킨부른 반도는 남부크강과 드니프로강 하구가 만나는 지점에 있으며, 미콜라이우·헤르손을 포함한 흑해 연안 항구도시를 통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미 전쟁연구소(ISW)는 이날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루한스크주 스바토베-크레민나 라인을 따라 반격 작전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스바토베에서 북서쪽으로 23㎞ 떨어진 노보레시우스카로 진격하는 우크라이나군을 포병부대가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김영주(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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