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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IRA는 중국식 전략" 맹비판, 佛·獨 '맞불 입법' 경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왼쪽)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을 마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유럽연합(EU)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협상을 통해 역내 기업이 IRA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힘쓰고 있지만, 미국의 소극적 태도로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다. 급기야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국산 제품에만 혜택을 주는 IRA를 두고 ‘중국식 산업정책 모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中이 쓰던 이기주의 정책, 美가 그대로 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지난 9월 백악관에서 열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입법 기념행사에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오른쪽)과 주먹을 맞대며 환호하고 있다. 가운데 인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EPA=연합뉴스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르메르 장관은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과 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제조업을 촉진하기 위해 중국식 산업 정책을 쓴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세계화로 기울고 있다”며 “중국이 오래전 자국산 제품에만 배타적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세계화를 썼는데, 이제 바로 우리 눈앞에서 미국이 자국 땅에서 산업 능력을 키우기 위한 신(新)세계화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중국처럼 자국 생산품에만 각종 지원을 벌이는 이기주의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는 미국이 지난 8월 IRA를 시행하며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16만원)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하고 있는 것을 겨냥한 말이다. IRA로 인해 자국 전기차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차별적 피해를 받자 EU·한국·일본은 미국과 협의를 벌여 IRA에서 예외 적용을 받으려 노력 중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EU는 지난 4일 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미국과 본격적인 협의를 시작했지만, 미국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EU와 미국은 다음 달 5일 워싱턴에서 다시 협의할 예정인데, 르메르 장관이 이에 앞서 미국을 향해 강한 경고를 날린 셈이다. 르메르 장관은 “IRA의 현상 유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무역전쟁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IRA에 ‘Buy European’법으로 맞불”…보복관세 주장도
지난 10월 독일 북부 엠덴에 있는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의 공장에서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르메르 장관과 하벡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과의 IRA 관련 협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유럽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자체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르메르 장관은 “유럽은 유럽의 이익을 가장 먼저 지켜야 한다”며 “EU 차원에서 ‘유럽산 우선 구매법’(Buy European Act)을 만들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베크 장관도 “미국과 협의가 제대로 안 되면 유럽의 산업을 보호할 조치를 모색해야 한다”며 “EU가 서둘러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IRA에 상응하는 ‘맞불 입법’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U에선 미국에 보복관세로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미국과 EU가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양측이 무역전쟁 수준의 갈등으로 치닫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펼쳐온 연대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IRA 못막아…자국 산업 육성이 현실적 방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22일 한 독일 언론사가 베를린에서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때문에 유럽 내에선 보조금 지급 등으로 자국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기엔 IRA 개정이 사실상 힘들 것이란 생각도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는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미 의회가 IRA를 이미 통과시킨 만큼 해당 법안에서 문제가 되는 조항을 없애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미국 측에 IRA에서 EU 기업의 ‘보조금 제외’ 상황을 면제하도록 요구하지만, 장기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따로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독일도 같은 생각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산 전기차 제품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독일은 미국과의 무역 분쟁을 피하기 위해 보조금을 사실상 금기로 여기고 지급을 지양해왔다. 하지만 IRA로 자국산 전기차의 무역 피해가 커질 것이 우려됨에 따라 기조를 바꾸고 있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유럽이 배터리, 반도체, 수소 등 핵심 산업에서 자립 기반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도록 ‘유럽 연대 펀드’를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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